과도한 망 중립성 규제로 '블랙아웃' 우려···글로벌 규제개선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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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 EU "비상상황 대비"
넷플릭스-유튜브-아마존-디즈니 이어
페이스북도 스트리밍 품질 낮추기로
통신사 트패픽 권리권한 확장 검토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 2차관이 인터넷 트래픽 ICT서비스 안정성 점검회의 를 개최했다.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 2차관이 인터넷 트래픽 ICT서비스 안정성 점검회의 를 개최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망 중립성 규제 개선 논의가 재부상했다.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 정부는 데이터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블랙아웃' 우려가 현실화되자, 비상상황에서 통신사의 트래픽 관리권한 확장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디즈니에 이어 페이스북도 유럽연합(EU) 권고와 요청에 따라 스트리밍 품질을 낮출 예정이다.

EU 조치는 의료와 원격학습 플랫폼 등 연속성이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중요 시설·서비스의 네트워크 대역 폭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유럽위원회(EC)와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이에 그치지 않고 망 중립성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래픽 폭증이 확실시되면 규제 당국 허가 없이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일정 콘텐츠에 대한 스로틀링(속도저하)할 수 있다는 권고사항이 담길 전망이다. 통신사의 트래픽 관리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버라이즌과 T모바일이 다른 방송통신사업자로부터 추가 주파수 긴급 임대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트래픽을 확장했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코로나19 이후 인터넷기업의 데이터 트래픽이 30% 가량 증가하자, 넷플릭스에 화질저하를 권고했다.

이같은 글로벌 움직임은 망 중립성과 관련,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화질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데이터트래픽과 서비스품질을 관리할 능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와 관련, 페이스북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소송전에서 CP는 망에 대한 통제권이 없으므로, 망에 대한 품질관리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글로벌CP는 코로나19에서 적극적으로 품질을 제어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데이터트래픽 폭증 등 과도한 망부하 상황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CP가 선택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이 확인된 셈이다. 적극적인 서비스 품질 책임을 고려한다면, 궁극적으로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 인프라 유지에 대한 분담이 필요하다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콘텐츠와 서비스에 따른 불합리한 데이터 트래픽 차별을 금지하는 망 중립성 원칙 자체가 지나치게 경직된 것은 아닌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신사가 차별금지라는 망 중립성 규제에 발목잡혀 적극적으로 트래픽을 제어하지 않을 경우에는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특정 서비스로 인해 일반 서비스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카마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이 약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신망 용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통신사가 개입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전체 통신망 블랙아웃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반 이용자와 중소CP 등이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관리 투명성과 명확한 기준 마련은 전제조건이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시장 현황을 고려해 망 중립성 개선 논의가 확산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코로나19로 인한 트래픽현황을 긴급 점검한 결과, 3월 인터넷 트래픽이 1월 대비 약 13%가량 증가했다. 통신사가 보유한 용량의 45~60% 수준이지만, 일시적 트래픽 폭증 상황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국내에서도 비상상황에 한해서라도 명확한 기준에 근거해 통신사의 트래픽관리권한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과기정통부가 운영중인 망중립성 연구반을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전체 인터넷 이용자를 고려해 망 중립성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긴급 상황에 한해 통신사사업자(ISP)에 트래픽 관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 말했다. 이어 망 품질 관리와 관련해선 “ISP뿐 아니라 콘텐츠제공사업자(CP)도 제어 역량이 있을 경우 책임을 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희 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