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는 지금 '기술고시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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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고시 출신 2명 본부 실장 올라
행시 위주 고위직 승진 벽 넘어서
산업 전문지식에 행정력까지 갖춰

김용래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왼쪽), 강경성 산업정책실장.
<김용래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왼쪽), 강경성 산업정책실장.>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술고시 출신 공무원들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직 위주인 중앙부처에서 비주류로 인식되던 기술직이 연이어 본부 실장(1급)을 맡아 직렬 한계를 넘어선 능력중심 인사 원칙이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실물경제와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에서 전문 소양을 갖춘 기술관료인 '테크노크라트'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25일 산업부에 따르면 기술고시 출신인 김용래 산업혁신성장실장과 강경성 산업정책실장이 연이어 본부 내 실장을 맡았다. 무역위원회와 국가기술표준원을 제외한 산업부 본부 내 7개 실장 자리 중 기술고시 출신 고위 공무원 2명이 동시에 실장 자리에 오른 건 처음이다.

기술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중앙정부에 입문한 것은 1953년 고등고시 기술과가 시행되면서부터다. 이후 2003년부터 행정고시와 통합 선발했다.

지난 1월 기준 성윤모 장관(행정고시 32회) 이하 산업부 공무원 중 행정고시 출신은 373명(69.5%), 기술고시 출신은 163명(30.5%)이다. 하지만 고위공무원단 이상에서는 행정고시 출신이 50명, 기술고시 출신이 9명으로 격차가 크다.

기술고시 출신이 행정고시 대비 수적 열세인 것은 물론 기획이나 인사·예산 등 핵심 부서에 배치되는 사례가 적다보니 주요 보직과 승진 등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인력·조직관리 능력을 요구하는 고위직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분위기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990년대 후반 기술고시 출신 과장들이 승진에 한계를 느끼고 대거 사표를 낸 후 민간업체 등으로 떠난 사례가 종종 있었다. 관가에서는 기술고시와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존재한다는 뒷말도 무성했다. 기술고시 출신이 본부 내에서 동시에 실장 자리에 오른 점이 주목받는 까닭이다.

김 실장과 강 실장이 중앙부처의 높은 천장을 깬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실장은 2012년 산업부 설립 66년 만에 처음으로 '기술고시 출신 1호' 운영지원과장을 맡았다. 당시에도 산업부 내에선 파격 인사로 평가됐다. 기술직이 인사계장에 임명된 적은 있었지만, 인사·재무를 총괄하는 운영지원과장에 기술고시 출신이 배치된 사례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통상차관보 시절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과 호흡을 맞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강 실장도 당시 김용래 운영지원과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기술고시 출신 2호' 운영지원과장을 지냈다. 강 실장은 지난해 소재부품산업정책관으로서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및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총괄하며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한 기술고시 출신 공무원은 “과거 기술고시 출신은 보직과 승진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선배 기술고시 출신이 후배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에게 승진 등에서 밀리는 사례가 허다했다”면서 “2명의 기술고시 출신이 동시대에 본부 실장 자리에 오른 건 더 이상 직렬을 따지지 않고 능력 위주의 인사 원칙이 반영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술직 공무원은 “보통 기술직 1급은 국표원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한다는 게 정설이었다”면서 “머지않아 산업부 최초의 기술고시 출신 차관도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