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발 들인 암호화폐, 세제 혜택 無 '여전히 미운털'

기재부, 대구·경북 中企 법인세 감면
"과거부터 논란" 암호화폐거래소 제외
창업中企·벤처기업 혜택도 지속 배제
업계 "특금법 통과에도 '부정 인식' 아쉬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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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거래소가 중소기업 세제 감면 대상에서 지속 배제되고 있다.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발을 들였다는 시각과 달리 도박장, 사행시설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인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경북 지역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 대상에서 암호화폐거래소를 제외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부터 논란이 이어왔던 업종이라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8년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라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창업중소기업 세액 감면 혜택을 끊었다.

당시 임재현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현 세제실장)은 “가상통화 취급업소가 창업중소기업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감면을 배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거래소의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세법개정 전 정부는 암호화폐거래소를 중소벤처기업으로 분류하고 창업중소기업 세액 감면,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창업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5년간 소득세나 법인세를 50∼100% 감면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해 10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을 개정해 거래소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했다.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한 기업은 법인세·소득세 50%, 취득세 75%, 재산세 50% 감면 혜택이 있다.

정부가 규제하는 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셈이다.

이달 초 국회에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산업이 법 테두리로 들어왔다는 업계 시각과는 온도 차가 크다.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 사업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후 허가를 받아 영업하게 된다.

다만 특금법은 산업육성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다. 최소한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중점적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 제외는 예견됐다는 반응이다.

김용민 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위원장은 “특금법 개정안은 산업육성법 성격은 아니다. 아직 시행령조차 나오지 않아 제도권에 편입되진 않았다”면서 “육성보다는 자금세탁방지를 보강한 것이 골자다. 거래소에 대한 정부 시각이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법인세를 납부하고 정상 경영하고 있다. 업계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면서 “현 상황은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다.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점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가 블록체인 기술혁신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부가가치 창출 역할을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는 블록체인 및 핀테크 기업에 '3년간 1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까지 31개 기업에 635억원을 투자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올바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규제 당국이 의견을 함께 모아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신용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자생적인 입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이영호기자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