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함께 극복하자]산업계, 中 생산·수요 회복에도 복잡한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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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자국 내에서 코로나19 사태 종식 수순에 들어선 중국 상황에 우리 산업계 속내가 복잡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시 조업을 중단했던 중국 제조 기업들이 속속 공장 가동 재개에 나서면서 한국 산업계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그동안 지연됐던 일정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 협력사를 상대로 제품 납기를 앞당기는 한편 신규 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외국인 입국 금지, 14일 격리 등 중국 정부의 단호한 방역 대책에 핵심 인력 파견이 녹록하지 않아 발만 구르고 있다. 중국 현지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한국 기업도 딜레마에 빠졌다. 일시 중단됐던 공장 가동이 재개되며 숨통이 트였지만, 빠르게 경영 활동을 정상화하는 현지 내수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 전전긍긍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디스플레이 장비업계 '진퇴양난'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한국 장비업계는 진퇴양난이다. 현지 고객사는 신속한 제품 반입과 설비 완료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방역 정책 때문에 현장 진입이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HKC는 최근 일부 한국 장비 협력사에 면양시에 구축 중인 8.6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용 제품 납기를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 현지 코로나19 확산 둔화 추세에 따라 그동안 지연됐던 생산라인 구축 작업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HKC의 국내 장비 협력사는 면양으로 제품을 보낼 선박을 수배 중이다.

다음달 8일 봉쇄령이 해제되는 우한 지역 팹에서도 가동 정상화가 진행 중이다. 디스플레이 장비 전문업체 케이피에스는 최근 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와 73억원 상당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구축되는 우한 'T4' 공장 OLED 라인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BOE, CSOT, 톈마 등도 봉쇄령 해제 직후 본격적 조업 재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패널 제조사가 현지 팹 가동률을 끌어올리며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이라면서 “생산라인 구축 지연, 패널 생산 감소 등을 만회하기 위해 주요 일정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한국 내 장비 협력사들은 난감하다. 중국이 한국발 입국자 14일 격리조치를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객사가 제시한 일정을 그대로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비를 설치할 핵심 엔지니어를 현지에 파견하면 입국 이후 14일과 작업기간, 귀국 후 자가격리 14일을 합해 최소 한 달 이상 인력 공백도 발생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방역정책이 서로 다를 수 있어 각각 14일 격리, 최장 28일간 생산라인 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

또 설상가상으로 중국 외교부가 28일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한층 혼란을 겪게 됐다. 중국 정부는 무역·과학·인도주의 활동에서 반드시 중국에 와야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각국 중국대사관이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비자 효력이 일시 정지되면서 외국인의 입국이 사실상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입국 금지 조치 이전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중국 입국 비자를 받기 어려웠다”면서 “항공편까지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사업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더 좁아졌다”고 토로했다.

◇한숨 돌린 기계업계, 내수업체와 경쟁

건설기계 업체들도 딜레마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침체를 겪던 중국 건설기계 시장도 이달 들어 회복세지만, 중국 내수업체와 경쟁이 만만치 않다.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정부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는 장기화 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 볼보그룹은 이달 현지 생산 공장을 정상 수준으로 가동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 생산 공장이, 현대건설기계 또한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있는 생산 공장 조업을 재개했다. 볼보그룹 또한 중국 상하이 생산 공장과 산둥성 린이시에 위치한 SDLG(볼보가 지분 70% 투자) 생산 공장을 평상시 수준으로 가동 중이다.

이들 공장은 지난달 춘절 연휴 연장으로 가동을 중단했었다. 이후에도 완전 가동에는 이루지 못했지만 이달 들어 공장이 완전 재가동에 들어갔다.

지난달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밀렸던 굴착기 구매도 다시 시작되고 있다.

국내 건설기계업체 한 관계자는 “아직 이번 달이 끝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지난해 굴착기 매출의 80~90%까지 수요가 올라왔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춘절 연휴가 연장됐고 미뤄졌던 굴착기 구매가 이번 달에는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 최대 건설기계 시장이자 우리나라 주요 건설기계 업체가 최대 매출을 내는 곳이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매출의 20~30%를 중국에서 낸다.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일단 국내 건설기계 업체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다만 성장세가 가파른 중국 내수업체와 경쟁 심화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또 여전히 의존도가 높은 중국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도 딜레마다. 중국이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장기화하면 핵심 경영·기술 인력을 현지에 파견할 수 없는 것도 위험 요소다.

외국계 건설기계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 내수 건설기계 업체는 최근 5년 간 기술력을 키우면서 성장해왔고, 중국에 진출한 해외 업체는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지난해만 하더라도 중국 사니가 내수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기록해 미국 캐터필러를 앞섰었다. 올해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건설기계업체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요 건설기계업체는 중국 경기를 탈 수밖에 없는데 동남아·유럽 등으로 시장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외국인 입국금지는 장기화 시에는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