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7>변화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면 혁신은 없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7>변화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면 혁신은 없다

“언제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기나긴 방학을 지겨워하는 아이는 친구들과 뛰놀던 교정이 그립다. 대학은 온라인 수업으로 학기를 시작했지만 초·중·고등학교 사정은 다르다. 교육부가 4월 6일 개학을 결정해도 아이를 학교에 보낼 일이 걱정이다. 코로나19가 어디 숨어 있는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개학을 연기해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대학 입시생 혼란은 더욱 심각하다. 전 세계로 번진 코로나19 여파로 일생을 좌우할 입시전략에 혼선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부가 어떤 방법이든 결정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학기를 통째로 휴교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 대혼란을 우려한 발언이겠지만 그 어떤 경우도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명제를 감안하면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한 학기 휴교는 국가시스템과 사회가 통째로 바뀌는 대변혁을 요구한다. 대학은 등록금 없는 6개월을 버텨야 하고, 나라의 시작이 3월에서 9월로 이동해야 한다. 신입사원 모집도 9월이 되고, 입시전략도 수정돼야 한다. 그러나 9월 신학기 체제를 견지하는 세계에 발맞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과 일본만이 3월 신학기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학과 집단 감염의 혼란에 비하면 무조건 무시할 변화는 아니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7>변화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면 혁신은 없다

또 다른 대안은 온라인 체제로 전면 전환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일주일에 한 번 온라인수업으로 대체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우리도 강력한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책임지기를 우려하는 교육부는 정책 저울질에 여념이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근거리통신망, 5세대 이동통신(5G) 등 정보통신 인프라를 이미 구축했다. 방통대, 사이버대학, 교육방송(EBS) 등이 사이버교육을 시행해 온 경험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미 사용하는 교육정보화 시스템을 사용하면 가능하다. 획일화된 교육을 지양하려면 과목당 복수 교재를 개발할 수도 있다. 방송 채널 활용으로 인터넷 트래픽 분산도 가능하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7>변화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면 혁신은 없다

사이버교육을 성공하려면 우선 전통 교육 방식 탈피가 전제돼야 한다. 실험·실습을 온라인학습에 맞게 재구성하고, 시험 방식도 개편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교사가 일부 학생을 소집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학생 상담과 진도 점검을 통해 학생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르치는 교사에서 지도하고 교육하는 교사로 변신하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는 교육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해 저소득층 가정에 컴퓨터를 지급하고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는 정책도 나쁘지 않다. 이러한 정책을 투자 개념에서 추진하면 그냥 내버리는 낭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주 국제통신연합(ITU)이 개최한 웹세미나에서 이선규 질병관리본부 위기분석국제협력과장이 '한국이 어떻게 코로나19를 잠재우고 있는지'를 소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버티는 끈을 확률 게임에 던질 수는 없다. 혁신으로 변화를 꾀하고, 투자로 연결시켜 이번 사태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혁신이 동반할 부작용을 우려하는 정부도 이해하지만 지금은 부작용과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교육 체계 전환을 결심할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한 술에 배부를 수 없음을 이해하는 국민을 믿어야 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57>변화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면 혁신은 없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