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서울은 이미 AI와 함께 산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AI는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에 발맞춰 서울의 AI 시계도 빠르게 돌아간다.
수시로 열리는 AI 관련 콘퍼런스와 세미나, 로봇이 차와 커피를 내오는 카페, 박물관의 안내로봇, 그리고 기업과 서울시의 각종 연구 개발 및 육성 노력까지. 서울은 세계적인 AI 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까? 잠재력은 충분하다.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토론토, 몬트리올, 런던, 파리, 그리고 베이징 같은 도시를 우리는 세계적인 AI 허브라고 부른다.
이런 도시의 공통점은 뛰어난 연구 인력, 데이터와 인프라, 수준 높은 AI 스타트업과 투자 역량,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연관 산업이 어우러져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도시들이다.

아직 서울이 세계적인 AI 허브로 인정받고 있지는 않지만, 빠른 시일 내에 그런 수준에 올라갈 수 있는 잠재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
서울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과 AI 연구 인력이 있으며, 글로벌 수준에 접근하는 AI 스타트업이 나타나고 있고, 시 차원의 다양한 정책 지원이 추진되고 있는 도시다.

서울에는 거의 매주 AI에 관련된 콘퍼런스, 세미나, 이벤트, 밋업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2019년 10월에는 컴퓨터 비전 국제 콘퍼런스ICCV 같은 세계적 수준의 콘퍼런스도 서울에서 열렸다.
딥러닝 분야의 최고 리더인 몬트리올 대학의 요슈아 벤지오 교수나 페이스북 AI 랩 총괄이며 뉴욕대학 교수인 얀 르컨 교수도 이미 서울을 방문해 강연을 하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책임자들이 서울의 유수 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늘 방문하는 도시다.

대학과 대기업 연구소 그리고 전문 AI 기업의 연구 인력 외에도 연구 개발 인력의 육성을 위해서 서울에는 2017년부터 AI 양재 허브를 개관해 올해까지 AI 연구 개발 전문가 500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양한 인공지능 이슈에 대한 전문가 네트워킹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AI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따른 포럼과 AI 개발자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2020년을 AI 교육의 원년으로 선포해 AI 특성화고와 대학원 석사 과정을 통한 AI 전문 교사 1000명을 육성할 계획을 발표했다.
학생들을 위한 AI 교과서를 개발해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미래 인재 양성에서 기초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2018년 기준 AI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전체 투자 규모는 1369억원 수준인데, 이는 아직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규모는 미흡한 수준이지만,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컴퓨터 비전 전문 기업인 수아랩은 미국 코그넥스에 2300억원에 인수되는 결과를 보였으며, 헬스 케어 전문 AI 기업인 루닛은 2017년 전 세계에서 주목할 100개 AI 스타트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런 투자를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신성장 유망 기업 4개사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4000억원 규모의 외국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가운데에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가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다.
 
서울시 같은 지방정부가 AI 기업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공공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시장 제공이다.
서울시는 AI 기반의 챗봇 서비스인 ‘서울톡’을 2020년 2월부터 운영을 시작해 여권 발급, 세금 납부, 청년 수당, 따릉이 등 332종에 대한 문의를 처리하고 있으며, 불법 주정차 신고 등 민원 46종도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구청 역시 주정차 위반 과태료 납부 상담에 인공지능 챗봇을 도입해 휴대전화 문자를 가상의 로봇이 처리 응답하도록 했다.
AI 스피커 역시 공공 영역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양천소방서, KT와 협업으로 119 구급차 내에 AI 스피커를 장착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AI 스피커는 구급차 내에서 구급대원의 음성을 인식하고, 명령에 따라 업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외국인 응급 환자를 위한 영어, 일어, 중국어 통역도 제공한다.

자율주행차 연구를 위해서 서울대 출신들이 설립한 토르드라이브는 이마트와 협력해 여의도에서 자율주행을 통한 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행했으며, 이를 통해 대도시 안에서 자율주행 서비스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에는 이미 많은 로봇이 시민을 위한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직접 일도 하고 있다. 롯데타워,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안내로봇이 있으며 성수동, 테헤란로, 등촌동에서는 음료나 커피, 음식을 만드는 로봇들이 활용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종류의 생활 로봇이 우리 주변에 나타날 것이고, 가정에서 동반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서울시가 좀 더 세계적인 AI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몇 가지 있다.
일단 서울에 있는 다양한 중소기업이 AI 기술을 활용해 좀 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AI 전문기업과 중소 기업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
또한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 유치 또는 협력 방안, 서울에 있는 AI 스타트업에 대한 특별한 프로그램, 서울이 갖고 있는 공공 데이터를 AI 학습용 데이터로 제공하는 문제, 시민들이 좀 더 AI를 잘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 허브 도시로서 서울이 글로벌 리더 위치에 오르기 위해 이런 다양한 요소가 클러스터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 마련이 앞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 칼럼은 서울산업진흥원(SBA)가 발간하는 SEOUL MADE 매거진 ISSUE NO.2(AI와 로봇 그리고 서울)편에서도 접하실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삼성전자,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에서 근무했고, 카이스트와 세종대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그는 테크프론티어 대표로서의 역할과 함께 과학기술 전문책방 '책과 얽힘'을 운영하며 소셜미디어,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이 바꿀 미래변화에 대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