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유사 '최악 위기'…정부, 전략비축유 구매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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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물동량 급감
수요 얼어붙으며 재고 손실 증가
석유수급 안정화 차원 필요성
작년 462억 대비 늘어날 전망

[사진= 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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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유사로부터 전략비축유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저유가와 수요 악화로 어려워진 정유업계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관련 예산은 5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로서 저유가 때 비축유를 늘리는 게 투입 비용 대비 효용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전략비축유 구매를 이전보다 확대하기로 내부 가닥을 잡았다. 석유공사가 관련 세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축유 구매 예산은 예년보다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준 석유공사는 석유 비축 사업에 총 1837억원을 썼다. 이 가운데 비축유 구매 비용은 462억원으로 25% 남짓이다. 이 비용을 2배 이상 늘리면 500억원을 넘는다.

산업부는 비축유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로부터 구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산유국과 직거래하던 것과 대비된다.

산업부 결정은 정유업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현재 정유사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손에 쥐는 현금이 급감했다. 3월 넷째 주 기준 복합 정제 마진은 -1.1달러로 2주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 갔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동량이 급감하는 등 정유 수요가 얼어붙었다. 재고 손실 또한 확대됐다. 원유가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도입 가격 대비 판매 가격이 낮아졌다. 원유 재고도 마찬가지다.

산업부는 원유 외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까지 정유사로부터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사로서는 제품 재고와 저장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비축유 구매 확대는 정부에도 이득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같은 값을 내고도 더 많은 원유와 제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을 확대해 구매를 늘리면 효용은 더욱 커진다. 비축유 확보는 석유 수요·공급 안정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관건은 저장 시설이다. 2019년 기준 석유공사는 9개 비축기지, 총 1억4600만배럴의 저장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확보 비축유는 9600만배럴로 충유율 66%다. 만약 저장 시설에 비축유를 가득 채운다면 34%(5000만배럴)를 추가 저장할 수 있다. 추가 비축유를 저장할 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2일 “비축유 구매 계획은 예산 편성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다만 국제유가가 크게 내린 데다 최근 정유업계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비축유 구매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부 계획은 석유공사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 “정유업계가 건의한 다른 애로 사항도 건별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