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외산만 보나...국산 솔루션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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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개학 유례 없는 호재에도
ICT·에듀테크 업계 '문턱' 높아
교육당국·교사, 익숙한 외산에 쏠려
제대로 된 소개 기회조차 못가져

온라인 강의 시연 모습 <전자신문 DB>
<온라인 강의 시연 모습 <전자신문 DB>>

수백만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는 유례없는 격변 속에서 호황을 누려야 할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에듀테크 업계의 속앓이가 깊어 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교육용 콘텐츠·서비스, 영상회의 플랫폼, 클라우드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수업 관련 수요가 폭증했지만 국내 기업이 발을 디딜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국내 교육 시장에 공을 들여 온 외산 기업의 솔루션이 국내 교사들에게 친숙한 데다 교육 당국도 국내 기업을 먼저 찾지 않고 기존 외산 솔루션 사례 위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각급 학교에 배포한 원격수업운영지침에서 교사가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위해 사용할 플랫폼 사례로 구글 행아웃,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 줌, 시스코 웹엑스 등을 명시했다. 교육부도 원격수업 운영 기준에서 이처럼 안내했다 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 네이버 라인웍스와 구루미 등 국산 플랫폼을 추가했다.

교내 교사 연수에서도 주로 외산 플랫폼이 활용된다. 영상회의나 다양한 협업 소프트웨어(SW) 사용에 능숙한 교사들의 영향이 크다. 처음 온라인 수업을 하는 수십만명의 교사들은 동료 교사에게서 노하우를 얻는다. 이들은 대부분 구글이나 MS 등의 툴을 사용해 온 교사들에게서 배운다.

이른바 '얼리어댑터' 교사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한 기초부터 상세하게 설명하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다. 외산 기업이 트레이너, 이노베이터 등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들의 ICT 활용을 지속 지원한 결과다. 당장의 수익이 아닌 미래 교육 시장을 내다보고 국내 공교육 현장을 선점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후발 주자로 교육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은 제대로 된 소개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발을 구르고 있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5일 “국산 솔루션도 외산과 비교해 성능이나 지원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데 유독 공교육 분야 영상회의 솔루션으로 외산만 언급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말했다. 서 대표는 그러나 “전국 초·중·고교 온라인 수업을 무료 지원하기 위해 현재 인프라를 수백배 증설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학교 현장의 온라인 개학 혼란과 시간 낭비를 줄이고 공교육 시장에 국산 SW를 알리도록 완전 무료화 방침을 정했다”며 심기일전을 다졌다.

알서포트는 지난달 30일부터 초·중·고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자사의 영상회의 솔루션 '리모트미팅'을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무료 정책을 발표한 후 며칠 만에 150개 넘는 학교가 솔루션 도입을 신청했다.


콘텐츠 기업도 울상이다. 교육 당국은 교사에게 권장하는 콘텐츠로 EBS와 e학습터 위주 공공 콘텐츠만을 언급하고 있다. 교육부는 비용 부담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무상으로 제공되는 민간교육기업 콘텐츠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네이버, 카카오 등 서비스 기업도 불만이 만만치 않다. EBS가 자체 서버 용량을 감당하지 못할 때 먼저 활용한 것은 유튜브다. 네이버나 카카오도 EBS 영상 송출에 나섰지만 유튜브보다 후순위였다. EBS는 클라우드 확충에도 MS를 택했다.

지난 2일 열린 교육부와 중소기업벤처부의 에듀테크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국산 영상회의 솔루션 현황을 파악, 업계와의 홍보 방안 모색에 나섰다.

외산 시스템도 마냥 호재는 아니다. 보안 문제가 등장했다. 전 세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줌 등 학교에서 사용하는 영상회의 솔루션과 관련한 보안 위협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줌은 최근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사이버 공격 타깃이 됐다. 음란물 유포 등 악용 목적에서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온라인 교육에 큰 지장이 초래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에도 학교, 기업 등 사회 전반에서 비대면 영상회의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해커가 원격 접근해서 수업을 방해하거나 정보를 유출하는 등 각종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보안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