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과잉과 잉여' 시대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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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업계의 신규 투자가 거의 중단됐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여파다.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 신규 투자처 발굴도 쉽지 않겠지만 더 큰 이유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와 이로 인한 경제 부문에 미치는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벤처 투자쪽 관심사는 '언제쯤 정리될 것인가'와 '이후의 산업 지형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등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고 한다. 최소 5년 이후의 결과에 베팅하는 업계 특성 상 이 가운데에서도 더 큰 고민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상황이 단순한 '홀딩'(잠시 멈춤)이 아니라고 한다. 이후 투자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자신의 사업성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 변화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차곡차곡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전에 하던 방식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허태정 대전시장이 간부회의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여러 사회 변화에 대전이 과학도시로서 선도자 위치 선점을 주문했다고 한다. 근무·교육 환경 등 사회 변화에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등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자는 내용이다.

한풀 꺾인 것 같지만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두고 코로나19와 싸워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당면한 코로나19 터널을 지나는 것이지만 터널 끝에 펼쳐질 새로운 변화도 차분히 병행해야 한다.

주기를 두고 반복되고 유행 주기도 짧아지는 바이러스 문제와 관련해 단순히 질병 자체의 문제로 끝날 것이라고 여기는 이는 거의 없다. 이미 모든 부문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다수 공감하고 있다.

변화된 새로운 세상을 주도할 연구와 이를 주도하기 위한 사회 전체의 심도 있는 탐구 및 대비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위기는 단순히 의료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세계 안보와 직결되는 정치를 비롯해 사회·문화에서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침팬지 어머니로 알려진 제인 구달이나 환경운동의 스승으로 불리는 레스터 브라운 등 많은 생태학자·환경운동가들은 환경 파괴에 의한 문명의 위기를 지속 경고해 왔다.

코로나19로 위기는 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단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무시해 온 것이다.

최근 100년의 시간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채 질주해 온 현대 자본주의 시대의 위기, 그로 인한 엄청난 변혁기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지금까지 상상도 못한, 전 부분에 걸친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한, 더 나은 무역 조건을 갖추기 위한, 더 많은 생산량을 얻기 위한,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움직인 기존의 많은 룰이 깨지고 재편될 것이다. 개인의 소비 패턴 등 삶에 대한 다양한 방식도 변화될 것이다. '과잉'과 '잉여'로 대변되는 기존의 경제·정치·사회·문화 시스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을 맞아 발 빠른 대처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이후 재편될 새로운 시대의 주역으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차분한 준비 없이는 '흘러가는 관심'에 그칠 수 있다. 198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처럼.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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