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생계형적합업종 첫 권고 위반...영풍문고, 학습지 판매에 시정조치

영풍문고가 생계형 적합업종 권고 사항을 위반하고 신규 출점 매장에 학습참고서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서점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처음 발생한 권고 위반 사례다.

지역서점인증을 받은 동네서점.
지역서점인증을 받은 동네서점.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영풍문고의 이같은 권고 위반 사례를 접수하고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신규 출점 여부를 비롯한 학습참고서 판매 위반 사례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서점업종은 2018년 6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해 10월 첫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민간의 합의로 앞서 시행하던 중소기업 적합업종과는 달리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지정 요건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 가운데 소상공인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별도 심사를 거쳐 지정된다.

중기부 등에 따르면 영풍문고는 2018년 새롭게 문을 연 위례점에서 학습지를 판매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는 지난 2월 처음 사례를 접수한 이후 조사 등을 거쳐 학습지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최근 조치를 마쳤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학습지 판매가 허용되는 시점은 6월부터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매장 매출이 떨어지면서 지점 판단 하에 학습지를 판매했던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중기부의 조치에 따라 학습지 판매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가 서점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내린 △서적비중이 50% 이하인 융·복합형 서점은 적용을 예외하고 △대기업의 신규 서점은 년 1개까지만 출점을 허용키로 하고 서점 폐점 이후 인근지역으로 이전 출점하는 경우는 신규 출점으로 보지 않는다는 등의 예외적 허용방침을 정했다.

특히 영세 소상공인 서점의 주요 취급품목이 학습참고서라는 점을 감안해 신규 출점이 허용되는 경우에서 36개월 동안은 초·중·고 학습참고서를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런 사항을 위반할 경우 중기부는 벌칙과 함께 위반 매출의 5%까지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영풍문고의 이번 위반 사례는 벌칙 또는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위례점이 서점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지난해 10월 이전 신규 출점한 매장이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정에서 지정일 이전 설립된 점포에 대해서도 18개월까지 판매금지를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 사항인 만큼 앞서 실시했던 적합업종 합의와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영풍문고는 위례점 외에도 부산하단점에서 학습참고서를 판매하려 했지만 중기부의 사전 조치로 실제 판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소상공인들은 영풍문고의 이번 권고 위반 사례가 사실상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도입 취지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학습참고서 판매가 집중되는 연초부터 판매를 개시했다는 점에서 제도를 의도적으로 우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온라인으로도 학습참고서 판매가 가능한 상황에서 단순 모객 효과를 노리기 위해 제도 도입 취지를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서점업계 매출이 일제히 절반 가까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기업의 학습참고서 판매로 소상공인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대기업에서도 상생에 나서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