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SK하이닉스, 최첨단 D램 생산 채비 '착착'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삼성전자가 EUV 공정을 적용해 만든 D램 모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EUV 공정을 적용해 만든 D램 모듈. <사진=삼성전자>>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이 D램 분야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꺼낸 비장의 카드는 극자외선(EUV) 공정이다. 집적도를 높이면서 칩 크기를 줄이기 위해 기존과 다른 광원으로 초미세 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범용 PC D램을 생산하는 등 국내 반도체 업체를 바짝 추격하는 중국 메모리 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UV 공법은 반도체 제조 필수 공정인 '노광' 작업에서 쓰인다. 노광 공정은 웨이퍼 위에 빛으로 회로 모양을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작업이다.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광원은 불화아르곤(ArF) 광원이지만, 회로 선폭이 점차 가늘어지면서 새로운 빛이 필요해졌다.

이에 주목받게 된 광원이 EUV다. 빛의 파장이 13.5㎚(나노미터)로, 기존 광원보다 길이가 14분의 1 짧아 초미세 회로를 단 한 번에 찍어내는 데 유리하다.

EUV 공정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IT 기기 안에서 논리적 연산을 처리하는 시스템 반도체 제조에 먼저 도입됐다. 칩 면적은 줄지만 각종 기능이 하나의 칩으로 모이는 '원칩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미세 공정 수요가 크게 늘어서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세계 최초로 이 공정을 메모리 반도체인 D램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데이터 기술 고도화로 D램 역시 제한된 면적에서 많은 정보를 빠르게 기억하고 처리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EUV 공정을 적용한 10나노 범용 D램(1x) 100만개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1x 반도체는 지난 2016년 10나노 공정을 처음으로 도입해 만든 1세대 10나노 D램이다. 세대에 따라 차례대로 1x, 1y, 1z, 1a, 1b 등으로 부른다.

1x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한 것은 테스트 성격이 강하다. 삼성이 본격적으로 EUV 공정을 적용하려는 제품은 내년 양산할 4세대 10나노 D램(1a)이다.

D램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내보내는 50~60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은 이 층(레이어) 가운데 가장 공정이 까다로운 부분에 EUV 공정을 활용한다.

1a 제품에서는 정보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비트라인 제조에 이 공정을 활용한다. 기존 공정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2~3개 층에 EUV를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역시 EUV 공정을 D램에 적용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이천캠퍼스에는 2대가량의 연구용 EUV 노광장비가 운용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내년에 EUV 공정으로 D램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UV 공정을 D램에 구현하려면 새로운 생산 시설이 필요하다. 기존 노광 장비보다 기기 크기가 상당히 클 뿐 아니라, 기기 가동을 위해 별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가 한창인 삼성 평택 캠퍼스(사진: 강해령 기자)
<공사가 한창인 삼성 평택 캠퍼스(사진: 강해령 기자)>

삼성전자는 평택에 'P-EUV'라는 EUV 생산 시설을 올 하반기 준공한다. 1x 생산은 화성 사업장 V1에서 이뤄졌지만, 1a 제품은 P-EUV에서 생산하면서 EUV D램 생산 거점을 구축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올 10월 준공 예정인 신규 설비 이천 M16 공장에 EUV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공장은 내년 상반기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메모리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에도 EUV 공정을 선도적으로 적용하려는 이유는 최근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혀가는 경쟁사를 멀찌감치 따돌리기 위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글로벌 D램 시장에서 70% 안팎의 점유율을 보유한 1·2위 업체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반도체 업체 기세가 무섭다. 한 예로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최근 PC용 DDR4 D램 양산을 발표했다.

DDR4는 현재 가장 범용으로 쓰이는 D램 반도체 규격이라는 점에서, 관련 제품 생산은 중국 업체 기술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밖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큰 타격을 입어 연구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는 푸젠진화(JHICC)도 경력 연구원을 공개 채용하는 등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 업체들이 'EUV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UV 공정은 당분간 중국 업체들이 흉내낼 수 없는 첨단 기술”이라며 “관련 공정을 선점한다면 고부가가치 제품이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