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판교 게임문화특구,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주거·물가·인프라 문제는 과제

[이슈분석]판교 게임문화특구,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주거·물가·인프라 문제는 과제

게임 지역특화발전특구제도(특구)에 따른 다양한 파생효과가 기대된다.

판교에는 국내 게임 기업 40%가 몰려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NHN, 크래프톤,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 웹젠 등이 자리한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60%에 육박한다.

'게임산업이 살아야 판교가 산다'라는 말이 있다. 게임사가 돈을 많이 벌수록 성남시 곳간이 채워진다. 판교에서는 다양한 게임 관련 행사가 진행된다. 특구로 지정되면 게임축제나 문화행사를 진행할 때 도로점용이 가능하다. 축제, 행사와 관련된 옥외광고물에 대한 규제도 완화된다. 지역주민과 접점이 늘어날수록 게임에 대한 부정감정이 개선되고 지역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e스포츠, 일자리 창출

e스포츠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주말 대형 이벤트 개최로 판교 주말 공동화 현상도 개선해줄 전망이다. 성남시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은 삼평동 환상어린이공원에 지상3층 지하1층 규모로 건립된다. 2022년 개장이 목표다. 400석 규모 주 경기장을 비롯해 50석 규모 보조경기장, 100석규모 PC방이 들어선다.

성남시는 경기장으로 생기는 생산유발 효과를 619억원으로 추산한다. 고용유발 347명(상시 고용자 43명), 소득유발 11억원, 부가가치증가 227억원, 세수유발 27억원의 간접 경제효과를 기대한다. 연간 12만9000명이 경기장을 찾아 34억5000만원의 관광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판교에 경기장이 들어서면 성남은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 중 최초로 2개 이상 e스포츠 경기장을 보유하게 된다. 현재 성남시 분당구 인벤 라이젠 e스포츠 아레나가 운영 중이다.

문화 측면에서도 e스포츠를 적극 활용한다. 성남시는 5회째를 맞이한 성남게임월드페스티벌을 성남e스포츠페스티벌로 바꿨다. e스포츠 중심 행사로 전환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e스포츠로 게임사와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행사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콘텐츠 거리, 지역 경제 활성화

판교제1테크노밸리 중앙통로 구간에 조성되는 '판교 콘텐츠 거리'는 e스포츠 전용 경기장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상징물, 조형물, 특화조명, 체험시설 등으로 관광객을 모은다. 관광객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다행히 '함양 변강쇠 옹녀' '세종 저승사자'와 달리 지역 색채나 산업적 맥락이 통한다. 어떤 콘텐츠를 담을지가 과제다.

성남시 추진하는 글로벌 인디게임 대회는 게임 다양성 확보와 기업에게 인재 발굴 기회를 제공한다. 인디게임 대회로 게임 다양성에 기여해 게임산업과 시장을 보다 풍요롭고 건전하게 만들 것이라는 평가다. 이외 커넥트21포럼·세미나,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인재원, 성남콘텐츠캠퍼스 등이 판교 문화·산업 정체성을 이어나가는 데 역할을 한다.

◇대학 등 인프라 부재는 숙제

보완해야 할 점도 적잖다. 산업 클러스터 핵심 중 하나인 대학교가 전무한 데다 청년 주거공간 부족, 교통 문제가 산적하다. 판교는 유력 고등교육기관을 보유하지 못했다. 대학은 우수인력을 기업에 공급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협업을 통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산학협력 거점으로 지능형ICT융합연구센터, 카이스트 창업원 판교센터를 유치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실리콘밸리 형성에는 스탠퍼드대뿐 아니라 산호세주립대와 버클리대가 큰 역할을 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중심으로하는 혁신클러스터, 중국 베이징대, 칭화대가 주축인 중관촌, 캐임브릿지대학이 발원지가된 캐임브릿지사이언스파크 모두 근처 명문대학을 두고 있다.

제2, 제3테크노밸리 조성계획에도 대학 입주 계획은 빠져있다. 게임사 출신 김병관 의원이 카이스트 등 대학원과 연구기관을 판교에 유치하는 것을 21대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낙선으로 기약이 없어졌다. 청년 주거공간 문제와 높은 물가는 젊은 인재 유입을 어렵게 한다. 주거와 물가는 특구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다. 실리콘밸리 리더십그룹은 주거·물가난으로 실리콘밸리식 모델이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판교 주거시설은 아파트 위주다. 높은 집값 탓에 청년 인재가 거주할 공간이 부족하다. 창업지원주택을 제공하지만 수가 적고 입주신청 자격이 제한적이다. 판교 물가가 강남 수준에 근접한 것도 판교 입성을 막는 요인이다.

판교 밖에 살아도 문제다. 판교 기업 종사자 중 성남 거주자는 30%가 안 된다. 교통량이 집중되는 시간에는 '지옥'이 펼쳐진다. 지하철은 신분당선이 유일하다. 광역좌석버스가 집결하지만 특정시간에는 분당내곡간도시고속화도로, 분당수서간도시고속화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안양성남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심지어 하오고개로 우회하는 안양판교로까지 혼잡상태가 된다. 이동시간이 2시간 가까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삶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판교를 꺼리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경기도 용역으로 판교 테크노밸리 발전방안을 연구한 박준수 기술거래사는 “성남시 일대 대중교통은 만성 정체현상”이라며 “3000개 이상 기업이 입주하게 될 미래를 대비해 판교 및 분당 일대 대량 기숙사 건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을 위한 인프라도 부족하다. 판교 근처 서울국제학교(SIS)와 한국외국인학교(KIS) 판교캠퍼스는 입학조건이 까다롭고 교육비가 비싸다. 해외 베테랑 개발자 유치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족한 네트워킹 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실리콘밸리에는 성공사례를 직접 만나고 배우기 위해 인재가 모여든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양측에 발화가 돼 혁신이 생긴다. 판교에는 성공한 중견·대기업이 많음에도 네트워킹에 소극적인 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