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온라인 개학 2주, '접속'에서 '교육'으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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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자체제작 콘텐츠 2만→202만건
학급방 개선 등 플랫폼 기능 변화 요구
학습관리시스템 대용량 분산처리 개발
전국 단위 원격수업 새로운 체계 필요

코로나19로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은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하는 원격수업이 자리를 잡았다. <전자신문DB>
<코로나19로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은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하는 원격수업이 자리를 잡았다.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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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중고등학교가 지난 9일부터 3단계에 걸쳐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마무리하고 정규수업의 일환으로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 2주간 온라인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데 공을 들였다면 앞으로는 원격수업의 '질'을 향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원격수업 장기화를 위한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간 시스템 장애 등 크고 작은 문제는 있었지만 스마트기기나 통신비 걱정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 없이 무사히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4월초부터 교육당국과 관계 기관들이 시스템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단기간에 대응체계를 갖췄다. 안심하기에는 이르지만 어느 정도 안정화에 이른 것은 성과다. 코로나19로 해외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한 곳이 많지만 전국단위로 모든 학생이 일제히 원격수업을 진행한 나라는 드물다.

등교수업이 5월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원격수업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온라인 개학 이후 2주가 지난 지금,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한다.

[이슈분석]온라인 개학 2주, '접속'에서 '교육'으로 전환해야

◇원격수업 2주…시스템장애, 인강 위주 수업 등 곳곳 문제

교육당국과 관계기관은 온라인 개학 방침을 3월 31일 발표한 후 지금까지 플랫폼 안정화에 집중했다. EBS온라인클래스 이용자 용량을 150만명에서 300만명, e학습터는 47만명에서 300만명으로 각각 2배, 6배 증설했다.

초기에는 시스템도 최적화되지 않은데다 이 정도 규모 접속자를 처리한 경험이 없어 온라인 개학을 하는 족족 시스템 장애 문제에 시달렸다. 민간 ICT 기업들까지 동원해 대응한 결과 차츰 안정화는 됐다.

오히려 단기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있다. 처음에는 몇 주 정도만 정규수업을 대체하는 용도로 판단했기 때문에 현재의 시스템을 늘리고, 문제가 나타나면 긴급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임시방편으로 수작업으로라도 시스템이 운영되도록 한 셈이다. EBS 온라인클래스 시스템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LG CNS가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는 데 공감해 무료로 참여해 대응하기도 했다.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이 같은 체계로 운영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수업의 질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초반 'EBS 수능특강'과 같은 EBS 콘텐츠 위주로 수업이 진행됐다. 비대면 방식이 질문을 비롯한 피드백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질문하기를 어려워했다. 수업 운영 자체가 '단방향'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학교 인프라도 받쳐주지 못했다. 한 학교는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시도했다가 버퍼링이 너무 심해 포기했다. 학생도 없어 이용자가 대폭 줄었는데도 수업을 동시 다발적으로 감당할 네트워크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접속'에서 '교육'으로…이슈 전환 시점

EBS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 접속은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온라인 수업은 온라인 접속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만큼 접속 이슈는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접속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자 새로운 요구가 쏟아졌다. 수업 프로세스에 맞게 온라인 학급방을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부터 IT기기를 보다 잘 다룰 수 있도록 연수과정이 충분했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있다.

교사들도 자체적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원격수업 전 e학습터 콘텐츠는 2만 4573건에 불과했다. 21일 기준 수업 자료는 202만8000건으로 늘었다. 그 중 175만개는 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다. EBS 온라인클래스에는 교사 제작 콘텐츠가 21일 기준 53만7349개가 올라왔다. A4 한 장 정도 설문지부터 자체제작영상까지 종류와 품질은 천차만별이지만 교사가 플랫폼을 직접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사들끼리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수업의 질을 높이는 사례는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경기 안산 반월중학교 김주애 교사는 “학생들 반응은 설문조사 기능으로 살폈는데 동료교사가 협업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모두 피드백을 주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보고 배우게 됐다”면서 “모두 처음인 만큼 교사들이 서로 배우고 공유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플랫폼 자체 기능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김진숙 KERIS 교육서비스 본부장은 “학급방에 수업 절차를 넣을 수 있도록 해달라든가, 절차가 바뀌면 학급방 내용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달라든가 등 교사들이 원하는 기능이 많이 있다”면서 “대부분 수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여서 단계적으로 우선 순위를 정해 반영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플랫폼부터 콘텐츠까지…장기화 체계 갖춰야

더 큰 숙제가 남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언제든 세계적 팬데믹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각성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연말 재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정도다. 원격수업이 한 달짜리 단기 정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전국 단위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 우선 플랫폼에 대해서는 학습관리시스템(LMS) 업계와 클라우드 업계 등이 협력해 대용량 분산처리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EBS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에만 의존해서는 접속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업의 다양성을 보장하기도 어렵다.

민간 콘텐츠까지 활용할 수 있는 아카이빙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민간의 유료 콘텐츠도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요금 문제로 공공플랫폼에 들어가기 힘들다. 공공과 민간 콘텐츠를 아울러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또한 교육과정에 맞게 콘텐츠를 맵핑할 수 있는 관리 기준도 만들어야 한다. 일종의 표준이나 메타데이터가 디지털 교육 콘텐츠 분야에 없다는 것이다. 감염병 문제가 아니라도 향후 고교학점제 등으로 온라인 수업은 필수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시스템은 비상 대응 체계를 통해 가까스로 운영되고 있는 격”이라면서 “감염병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는데다 미래 교육으로 전환되면 온라인 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전반적으로 체계를 손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