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8인치 파운드리 '공급 부족' 심화…토종기업 육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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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IC·이미지·지문인식센서 수요 급증
DB하이텍 등 웨이퍼 수주 잔량 쌓여
상황 지속 땐 中 설계업체에 순위 밀려
정부 증설 지원…대기업 MPW 주도해야

SiC 기반 전력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SiC 기반 전력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글로벌 8인치 파운드리 업계에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업체인 DB하이텍뿐만 아니라 중국 SMIC, 대만 UMC와 뱅가드 등의 웨이퍼 출하량이 지속 증가했다. 이는 전력반도체(PMIC), 이미지센서, 지문인식센서 등 수요가 상당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위해 '토종' 파운드리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8인치 파운드리 업체들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DB하이텍 연간 수주잔고 현황. <자료=DB하이텍 사업보고서>
DB하이텍 연간 수주잔고 현황. <자료=DB하이텍 사업보고서>

공급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 곳은 국내 8인치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이다. 지난해 DB하이텍의 수주 잔량은 8인치 웨이퍼 기준 9만장에 이른다. 이는 2018년 4만8000장의 두 배 수준이다. 수주 잔량은 DB하이텍이 수주한 물량 가운데 미처 생산하지 못한 물량을 뜻한다. DB하이텍의 월간 생산 능력이 약 11만2000장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한달치 생산 물량이 밀려있다는 의미다. DB하이텍은 PMIC,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글로벌 주요 8인치 파운드리 팹 웨이퍼 연간 출하량 현황.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취합>
글로벌 주요 8인치 파운드리 팹 웨이퍼 연간 출하량 현황. <자료=각사 사업보고서 취합>

중국 SMIC, 대만 UMC의 8인치 웨이퍼 출하량 증가도 꾸준히 이어졌다. 뱅가드(VIS) 출하량도 지난해 주춤하긴 했지만 2016년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8인치 파운드리 공급 부족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아날로그 반도체의 수요 증가다. 스마트폰·자동차·사물인터넷(IoT) 기기 기능 고도화로 전력관리, 이미지 처리, 보안 관련 반도체 부품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8인치보다 면적이 큰 12인치 웨이퍼를 활용한 공정도 있다. 그러나 팹리스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8인치 공정을 주로 선택한다. 12인치 공정을 택하면 웨이퍼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면서 칩 단가를 맞출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8인치 파운드리 팹 공급 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서 생산 능력을 늘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전체의 5% 안팎 수준으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공정에서 12인치 웨이퍼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8인치 파운드리 관련 장비가 부족한 것이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운드리업계 관계자는 “중고 장비를 수소문해서 증설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서 “생산 효율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 국내 시스템반도체업계에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좋은 반도체를 설계하더라도 제때 양산할 수 있는 경로가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8인치 공정을 진행할 수 있는 '토종' 파운드리 저변이 넓지 않은 것도 문제다.

8인치 파운드리 업체별 순위와 향후 생산능력 전망. <자료=IC인사이츠>
8인치 파운드리 업체별 순위와 향후 생산능력 전망. <자료=IC인사이츠>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충북 청주에서 중국 우시로 8인치 팹 장비를 이설하고 있어 국내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 DB하이텍, 매그나칩 청주공장만 남는다. 각사 8인치 웨이퍼 생산량은 연간 100만장 안팎이다. 그러나 설비 투자는 미진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되면 중화권 파운드리 업체들이 중국 설계업체를 '우선 순위 고객사'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시스템반도체업계 발전에는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토종 파운드리 업체의 증설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가 8인치 웨이퍼 고객사 확보를 위한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프로젝트를 적극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