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게임 석달간 한국서 6800억원 매출...한국 게임은 中서 고사 위기

中 게임 석달간 한국서 6800억원 매출...한국 게임은 中서 고사 위기

국내 게임사가 중국에 신규 게임 수출을 3년 넘게 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중국 게임사는 3개월 동안 6800억원어치를 한국 시장에 팔아 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녹음녹화디지털출판협회 게임출판업무위원회(GPC)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게임사의 수출액은 37억81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보다 40.5% 상승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는 전체 수출액 가운데 14.4%인 5억5000만달러(6800억원)를 판매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같은 기간 중국 게임 시장 매출은 732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29.7% 상승했다. 춘제연휴와 코로나19 영향이다.

중국 게임이 올해 1분기에만 한국에서 6800억원을 버는 동안 한국 게임은 여전히 2017년 이전에 진출한 게임의 매출만 바라보고 있다.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판호를 받은 국내 게임이 단 한 건도 없는 탓이다.

한국 게임사의 손발이 묶인 사이 중국 기업들은 중국 안팎에서 펄펄 날고 있다.

2017년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036억1000만위안(35조원)으로 전년 대비 23% 성장했다. 이후 2018년 2144억4000만위안, 2019년 2308억8000만위안으로 성장을 이어 갔다. 수출액도 성장가도를 달렸다. 2015년 53억1000만달러에서 2019년 115억9000억달러로 약 3배 성장했다.

중국게임사에서 한국은 '맛집'이다. 중국 이용자와 성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국 정부의 게임 규제와 경쟁을 피해 자본이 다소 약한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톱10에 중국 게임이 30% 넘게 포진해 있다.

이처럼 중국 게임은 해마다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한국 게임은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공정한 경쟁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기존에 진출한 게임에 노후화가 찾아오면서 타격을 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1122억4700만엔으로 전년 매출 대비 15.6% 줄었다. 3년 만의 첫 감소세다. '던전 앤 파이터' 노후화가 원인이다. 최근 3년 동안 1분기 춘제 업데이트로 연중 최대 실적을 내고 2분기에 감소, 3분기에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오히려 하락했다. 중국 성과를 책임져 온 '던파'의 힘이 빠지며 매출이 줄었다.

중국의 게임 이용자가 모바일 플랫폼에 다수 존재하고 있지만 모바일 신작을 출시할 방법이 없어 대응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우회 진출로에는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지속된다면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게임사는 이 문제를 풀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규제 당국이 한국 언론의 게임 기사를 모니터링한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언제 또 새로운 규제가 생길지 모른다”고 전했다.

업계는 올해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전환을 맞을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기약이 사라졌다. 지난해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이 한·중·일 3개국 관광 장관회의 및 중국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판호 문제를 비공식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