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방사광가속기 '청주' 시대 열린다

[이슈분석]방사광가속기 '청주' 시대 열린다

정부 예산을 포함, 1조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 경쟁에서 충북 청주(오창)가 웃었다. 디스플레이·화학·바이오기업이 밀집했고, 1일 분석권을 제공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주효했다.

충북은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수도권 남부에서 충북-세종-대전으로 이어지는 '신수도권 혁신산업벨트'를 구축할 수 있는 추동력을 확보했다.

4개 지자체가 치열한 경쟁으로 과열 양상으로 치달은 유치전이 막을 내렸지만 일부 잡음도 남았다. 선정 세부 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모 및 평가 방식 개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접근성'에 손들어 줘

청주가 경쟁 지역을 제치고 방사광가속기 부지로 선정된 데는 지리적 이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청주는 총점 90.54점으로, 87.33점을 받은 전남 나주를 제치고 방사광가속기 최종 구축 지역으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앞서 제시한 부지 주요 평가항목·기준은 기본요건(25점), 입지조건(50점), 지자체 지원(25점)이다.

기본요건은 제공부지면적, 부지정지, 진입로 및 부대시설 등이 세부 항목으로 포함됐다.

입지조건은 부지 만족성(지질·지반구조 안정성, 자연재해 안정성), 지리여건(시설 접근성, 배후도시 정부 여건), 발전 가능성(활용 가능성, 미래 자원 확장 가능성)을 검증했다.

지자체 지원은 지자체 재원조달 가능성, 참여 협력 기관 역량 등을 평가했다.

청주는 배점이 가장 높은 입지조건에서 우위를 점했다.

청주는 전국 어디서나 2시간 내 접근할 있어 1일 분석권을 제공할 수 있고 청주국제공항 덕분에 해외석학 유치에도 유리했다. 주 수요처인 바이오, 반도체, 화학기업이 1000여개가량 밀집돼 있고 대전을 중심으로 정부출연연, 대학이 포진해 산업, 기초연구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앞서 오창테크노폴리스산단 환경평가, 지질조사, 문화재조사에서 화강암반이 넓게 분포돼 있어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산업단지로 고시된 지역을 입지후보지로 선정하면 건설 기간을 앞당길 수 있어 방사광가속기 조기 가동이 가능하는 점도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충북은 이같은 장점을 기반으로 정부 국정 어젠다인 바이오헬스 혁신전략, 강소연구개발특구 육성정책,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마스터플랜과의 연계 전략, 평택~이천~천안~오창·오송~대전을 아우르는 신산업 혁신벨트 구축 계획을 마련, 미래 확장성 평가에 대비했다.

과기계 관계자는 “당초 지역균형발전 논리에선 청주이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박빙 승부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지만 격차가 있었다”면서 “선정위가 사업 취지에 따라 산업·기초연구 활용이 용이한 지역을 선택한 결과로 보인다”고 평했다.

청주와 경쟁한 나주는 충청, 영남권에 연구 시설 등이 집중돼 있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호남권 유치 필요성 주장했지만 고배를 들었다. 나주는 한전공대와의 연계로 호남과학벨트를 형성할 계획이었지만 선정위는 지리적 이점, 산업 기여도가 오창보다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최근 전남 해남에서 일어난 지진이 부지 선정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선정위는 사업 공고일 이전 발생한 지진만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선을 그었다.

과기정통부는 전문가로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구성, 6∼7일 1박 2일에 걸친 최종 평가를 통해 청주를 부지로 최종 선정했다.

방사광가속기 부지 구축과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충청북도, 청주시와 이른 시일 내에 양해각서(MOU)를 마련하고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청주, 대표 과학도시로 거듭

과기정통부는 연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해 늦어도 2022년 착공, 2028년 방사광가속기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충북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기점으로 미래 신산업 핵심 거점지역으로 부상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충북은 방사광가속기가 구축되면 청주 오송과 대전 대덕을 연결하는 바이오벨트가 완성되고, 청주와 충남 천안·아산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메카가 부상할 것으로 기대했다.

청주, 세종, 아산을 잇는 미래자동차 소재·부품산업 기반을 강화해 충청권 핵심산업이 맞물린 미래성장 벨트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충북도는 구축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가속기를 활용할 대학, 연구기관, 산업체 집적도 측면에서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각종 연구기관이 인접해 있고, 반도체 산업과 의약품, 화학산업의 대부분이 수도권과 충청권에 몰려있다”며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과학자를 위한 사이언스 아카데미 빌리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등 계획대로 로드맵을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방사광가속기 연구 성과가 전국에 골고루 확산해 균형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초과학 육성은 물론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보고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사광가속기는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각 지자체가 열을 올린 것은 막대한 파급효과 때문이다. 방사광가속기는 거대 연구시설 가운데 가장 실용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성자, 중이온 입자가속기는 기초연구분야 쓰임새가 많은 데 반해 방사광가속기는 기초연구, 산업 분야에서 두루 활용된다.

산업 분야에서 실제 방사광가속기를 활용, 다양한 성과를 얻었다. 광통신 반도체소자 불량률을 70%에서 10%로 개선했고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에 사용되는 국산 철판이 영하 160도에서 깨지는 원인을 규명, 수입 철판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과기정통부는 신규로 구축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로 인해 소재·부품·장비 산업경쟁력이 제고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병 관련 연구에도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1차관은 “지난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요구가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에 이르기까지 첨단산업 분야 핵심 기술 개발에도 필요성이 부각됐다”면서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포함한 '대형가속기 장기로드맵 및 운영전략'을 마련, 이행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