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난지원금 기부는 선의다

[사설]재난지원금 기부는 선의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풀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11∼12일 이틀 동안 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충전 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에서 375만9245가구가 2조5253억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틀째인 12일 하루 동안 신청분은 195만1530가구·1조3065억원이었다. 첫날인 11일에는 180만7715가구가 1조2188억원을 신청했다. 지역별로 보면 이틀간 누적 기준으로 경기도에서 99만1454가구가 전체 신청금액의 26.4%에 해당하는 6253억원을 신청했다. 우려와 달리 아직은 무리 없이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신청 과정에서 실수로 기부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곧바로 조치가 이뤄져 별문제는 없어 보인다.

정작 논란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기부' 문제다. 정부가 나서서 고위층이나 고소득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기부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정부 고위 관계자와 국회의원 중심으로 기부하겠다는 '공개적인'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무언의 압박이자 과시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공공기관과 기업, 특히 대기업 임직원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공공기관 대표는 직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혀 물의를 빚었다. 자발적 기부임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강요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정부는 펄쩍 뛸 일이지만 기부 독려 분위기에 어정쩡하게 눈치를 보는 계층이 늘고 있다.

기부는 말 그대로 선의다. 선의는 순수한 마음에서 온정을 베풀 때 의미가 살아난다. 남을 의식하거나 보여 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선의라고 말할 수 없다. 강요나 분위기에 따른 수동적 기부라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다. 더욱이 긴급재난지원금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소비 진작이 목적이다. 제대로 필요한 곳에 잘 쓰라고 정부가 주는 돈이다. 이왕 지급하기로 결정한 긴급재난지원금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싣는 것도 수혜자의 역할이다. 더욱이 과연 기부한 돈이 어떤 목적으로 쓰일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기부 행위와 재난지원금 모두 본래 취지와 의미를 살릴 때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