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현대차 만남, 미래차 시너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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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분야 협력을 위해 만났다. 그동안 두 그룹은 특별한 협력 관계가 없었지만, 이번 만남을 계기로 협력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완성차 업계간 미래차 분야 협력이 활발한 가운데 국내 대표 기업 간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목된다.

[이슈분석]삼성-현대차 만남, 미래차 시너지 주목

◇세계 1위 ICT 기업과 세계 5위 완성차 기업 협력 주목

삼성과 현대차는 그동안 특별한 사업적 협력이 없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삼성이 완성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불편한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완성차 사업을 접은 삼성이 최근 자동차 부품 사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하고, 해외 완성차 업체와 다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현대차와는 유독 협력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계 라이벌 그룹으로서의 미묘한 긴장관계도 양사간 협력이 없었던 이유로 꼽힌다.

이번에 삼성과 현대차의 만남은 삼성SDI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현대차가 직접 살펴보기 위해 성사됐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면서 배터리 기술 협력 이상의 기대감도 갖게 한다. 이번 만남이 양사간 협력 본격화를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평소에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 모두 명분보다 실리를 강조하는 만큼 과거 그룹간 관계보다는 미래 지향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현대차를 고객사로 확보하면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한층 키울 수 있고, 현대차도 삼성을 파트너로 확보하면 ICT 기술과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강력한 우군을 얻을 수 있다.

◇미래차 시장 선점 기대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삼성은 기술개발과 함께 고객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력이 있는 글로벌 기업과 적극적으로 동맹을 맺고 있다. 기술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전장부품 기업 삼성전자와 차세대 자동차 부품 및 기술이 필요한 완성차 업체 현대차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조합이다. 이번에 배터리 기술 협력 논의에서 시작된 협력은 다른 미래차 부품 분야로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양사 협업은 타이어와 섀시 등을 제외한 미래차 핵심부품과 모빌리티 사업 전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만남에서도 양사 협력을 통한 시너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차 기술 전반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협력 분야로는 배터리가 첫 손에 꼽힌다. 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르노,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이미 검증된 데다,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도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논의에 따라서는 이른 시일 내 협력도 가능하고, 미래를 대비한 협력도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율주행 시대 핵심 부품 '디지털 콕핏'도 협력 가능 분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열린 'CES 2020'에서 5G 기반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2020'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전문기업 하만이 공동 개발한 제품으로, 삼성전자의 IT 기술과 하만의 전장 기술을 집약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삼성전기의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카메라 모듈 등도 협력 가능 분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포르쉐의 최고가 전기차 '타이칸'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면 기존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과는 또 다른 차원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양사 경쟁력을 결합해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합종연횡 중

자동차 시장이 격변기를 맞으면서 세계적으로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으로 구조조정 흐름이 진행 중이다. 경기둔화로 수요가 감소하고, 차량공유 등 새로운 환경도 조성됐다.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 친환경 차량 등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완성차 업체간 협력을 시도한다. 미래차를 위한 기술 진화를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와 ICT 업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간 협력이 활발하다.

일본 토요타와 스즈키가 미래 자동차 기술을 위해 손을 잡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2025년 이후에 선보일 차세대 콤팩트카 공용 플랫폼 공동 연구를 하는 것도 이런 협력의 일환이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LG화학과 GM이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배터리 합적법인을 설립했고, 일본 토요타와 파나소닉도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손을 잡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