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역사 '증권거래세' 축소 수순...어려운 세 수여건에 '양도소득세' 부상

증권거래세 현행보다 0.1%P 내리면
2조1000억원 세금 감소로 추계
점진적 인하·양도세 과세 확대 검토
상호 보완체계 마련 시장 안정화 필요

정부가 주식을 거래할 때 납부하는 증권거래세를 추가로 인하하고 주식 양도소득세를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히 검토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를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완화해 상쇄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올해 여당 총선 공약이기도 한 증권거래세 폐지도 사실상 제동이 걸릴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정부 입장에선 연간 증권거래세로 걷히는 세수를 포기하기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할 것으로 분석한다.

17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중 주식 양도차익 과세 및 증권거래세 조정 등 금융세제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에 의뢰한 과세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60년 역사 '증권거래세' 축소 수순...어려운 세 수여건에 '양도소득세' 부상

◇1963년 탄생 '증권거래세'...美·日 '폐지'

우리나라의 조세 기본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이다. 그러나 주식을 팔 때 내는 증권거래세는 소득과 관계없이 손실이 나더라도 내야 하는 세금이어서 논란이 제기됐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 거래대금에 물리는 세금이다. 우리나라에선 1963년에 처음 도입됐다. 그러다 1971년에 폐지됐고 1978년에 부활했다.

우리나라에서 주식 또는 지분을 거래할 때 증권거래세가 부과된다. 증권거래세는 대주주든 소액주주든, 어떤 종류의 주식이든, 손익 여부 관계없이 모든 주식 거래에 대해 일괄 부과한다.

증권거래세 0.3% 세율은 1996년부터 23년째 시행되다가 지난해 정부는 한 차례 증권거래세를 내렸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한국장외주식시장(K-OTC) 주식의 거래세율(코스피는 농특세 포함)은 기존 0.30%에서 0.25%로 0.05%포인트(P) 인하됐다.

반면에 미국 정부의 경우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증권거래세를 도입해 함부로 주식을 사고팔 수 없게 벽을 쌓았다. 이후 1960년대에 증권거래세를 없앴다. 독일, 일본 등은 거래세가 없고 중국(0.1%), 대만(0.15%) 등도 국내보다 경쟁우위에 있는 현실이 감안됐다.

최근 증권거래세와 함께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확대되면서 이중과세 논란이 일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양도소득세는 양도자가 얻는 자본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소득세다. 우리 소득세법은 주식 등 장내거래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에 대해 주권상장법인의 대주주가 양도하는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만을 과세하고 있다. 다만 대주주 개념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과세 범위를 늘려 오고 있다.

◇고민빠진 세제당국...'손익통산' 논의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내리는 대신 장기적으로 주식 양도세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측면에 있어 폐지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간 증권거래세 세수는 6조∼8조원 규모를 유지해왔다. 증권거래세를 인하한 지난해만 해도 세수입은 약 4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줄었다. 전체 세수의 1.5%를 차지했다.

실제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다. 올해 1~3월 국세수입은 69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조5000억원이나 줄었다. 반도체 불황 등으로 국세수입이 줄고, 재정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증권거래세 인하가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2018년 세수 기준으로 증권거래세율을 현행보다 0.1%P 내리면 2조1000억원의 세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계됐다. 이처럼 증권거래세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움직임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거래세 인하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 양도소득세 확대로 인한 세수 확보 등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조정에 관한 다양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거래세 폐지 여부 및 인하 폭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증권거래세 단계적 폐지를 약속한 만큼 연내 폐지보다는 점진적으로 인하한 뒤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증권거래세 정책변화 시점은 아직 명확치 않다.

이 관계자는 “7~8월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담을 것인지, 중장기적으로 추진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제1차 중·장기 조세정책심의위원회'에서 “금융 상품의 과세 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하고 손익통산,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등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해 과세 형평과 투자 중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 손익통산 등도 개선안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손익통산은 전체 이익과 손실을 합산한 뒤 세금을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거래세·양도소득세 병행 부과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병행 부과하고 있는 현행 과세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병행 운영한 것이 단기 차익에 대한 투기 심리를 완화하고 조세 형평성에 기여해왔다는 것이 분석이다.

구기동 신구대 교수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정책 제안 보고서인 조세재정 브리프 '증권거래제도와 조세의 역할'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의 상호 보완체계를 마련해 단기투자를 통제하는 동시에 시장 안정화와 세수 확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보고서는 “증권거래세는 양도소득세의 보완 수단으로 증권 거래 투기화를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에 따른 조세 형평성 저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증권거래세 폐지와 양도소득세로의 전환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증권거래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할 경우 투기성 단타 매매가 늘어나는 동시에 세수는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양도소득세 확대 폭이다. 현재는 개인 대주주가 아닌 투자자는 주식 처분에 따른 양도세를 내지 않지만 내년부터 올해 말 기준 주식보유액이 직계존비속 포함, 3억원을 넘으면 대주주로 분류돼 주식 처분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세율은 보유기간 1년 미만(30%), 1년 이상(25%) 등이다. 지난해 말까지 10억원이던 개인 대주주 기준이 낮아지면서 투자자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기 위축된 상황에서 양도세 과세 부담이 늘어나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