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 박사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대통령 코드 <10>리콴유(하) 일류를 향한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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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 박사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대통령 코드 <10>리콴유(하) 일류를 향한 집착

싱가포르는 스파르타식 학습사회다. 이른 아침 시내 중심가 카페에선 이색풍경이 펼쳐진다. 자녀와 함께 과제를 점검하는 엄마들 모습이다. 한국 교육열이 지나치다지만 싱가포르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 초·중등 교육과정에 언어, 수리과목뿐 아니라 예체능, 인성교육, 시민교육도 있다. 개인의 능력개발 외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의식은 중요한 덕목이다.

“영국이 물러난 뒤에도 싱가포르는 오래도록 산업과 무역 커뮤니케이션 중심지로 번영을 누릴 것입니다.” 영국군 철수가 발표되자 리콴유는 불안에 떠는 국민을 안심시켰다. 리콴유는 먹고 살 일이 깜깜했다. 모든 '생존전략'을 가동했다. 싱가포르는 땅도 자원도 실수할 여유도 없는 나라였다.

리콴유의 생존전략은 '일류국가'였다. 일류국가를 향한 리콴유의 '엘리트주의'는 지독했다. 국가성장 뼈대를 엘리트가 구성한다고 믿었다. 대졸 여성이 세 자녀를 출산하면 아이들은 모두 일류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었다. 엘리트주의는 군대에도 적용됐다. 국군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세계 우수 대학에 유학할 수 있었다. 전액 무료에 생활비까지 지급했다. 유학과 군복무를 마친 엘리트 인재는 정부 주요 기관에 임용됐다.

리콴유는 영어공용화를 추진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 말레이계, 인니계가 모인 다민족 사회다. 1965년 독립 즉시 창설한 군대 명령체계에서 통일된 언어는 중요했다. 영어공용화 추진에 민족주의자, 토착세력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리콴유는 물러서지 않았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봉급을 더 많이 받았고 승진도 빨랐다. 영어공용화는 국제 비즈니스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국민은 차츰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리콴유가 벤치마킹한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 국가들과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천연자원 부재로 농업과 제조업 비중이 낮았다. 이스라엘은 수출산업에 의존했다. 싱가포르의 처지도 마찬가지였다. 물에서부터 흙까지 수입에 의존했다. 수출만이 살 길이었다. 리콴유는 이스라엘이 서구유럽, 미국과 교역 비중이 높은 점에 착안했다. 싱가포르가 서구 선진국과 교역하려면 국가 수준을 끌어올려야 했다. 생존전략은 단 한 가지, 질적 변화였다. 높은 교육, 안전한 치안, 사회 인프라, 의료 서비스, 시민의식 등 최고가 아니면 안 됐다.

리콴유는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도했다. 외국투자기업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각종 규제를 풀었다. 외환거래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중국 공산당에 몰수당할 위기에 놓인 중국 자본가들은 싱가포르행을 결심했다. 싱가포르는 아무 조건 없이 그들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주었다. 리콴유는 관세, 소득세, 법인세 혜택을 미끼로 산업정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

리콴유는 자금을 모아 영국 식민정부 해군기지였던 항만을 재정비했다. 영국의 해군기지는 당시 싱가포르 GDP의 20%를 차지할 만큼 싱가포르 경제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리콴유는 지정학적 이점을 노렸다. 바다를 누비는 선박의 중간 기착지로 싱가포르 항만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이로써 싱가포르는 주유, 정유, 정제, 저장, 선박정비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기술 자본을 보유하게 된다. 항만은 세계로 질주하는 싱가포르 경제의 신작로였다.

리콴유의 생존전략, 일류를 향한 집착은 옳았다. 헨리 키신저가 말했다. “시대가 인물을 만드는가, 인물이 시대를 만드는가 하는 오래된 논쟁에서 리콴유는 후자가 옳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국가의 미래는 통치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식상한 명제가 여전히 신선한 이유다.

[박선경 박사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대통령 코드 <10>리콴유(하) 일류를 향한 집착

박선경 남서울대 겸임교수 ssonn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