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의, 치타를 위한, 치타에 의한 영화 '초미의 관심사'

배우 조민수와 래퍼 치타의 모녀 케미!

영화 '초미의 관심사' 캐릭터 포스터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초미의 관심사' 캐릭터 포스터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 2019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초미의 관심사'

영화 '초미의 관심사'는 작년인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부국제 오픈 시네마 섹션에 공식 초청을 받았던 '초미의 관심사'가 오는 5월 27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래퍼 치타가 연기자로서 변신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한다. 그것도 강렬한 캐릭터를 가진 배우 조민수와 모녀 관계로 스크린에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를 대할 때마다 배역을 맡은 연기자가 얼마나 그 역할과 동화되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기에 엄마 역의 조민수와 딸 역을 맡은 치타가 '모녀'처럼 보일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었다.

사실 래퍼 치타가 연기자로서 첫발을 내디디며 본명인 '김은영'을 세상에 알렸을 당시의 첫 느낌은 이질감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쎈언니의 면모를 과시했던 그녀에게 치타라는 이름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치타와 김은영이라는 이름에서 느낀 이질감은 영화 속 '블루'와 '순덕'이라는 이름의 차이와 닮아 있었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조민수가 국내 영화계의 한 획을 긋는 선 굵은 연기를 해왔던 배우이기에 전작들에서의 강한 캐릭터들이 이번 영화를 보며 떠오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었다.

큰 기대를 가졌던 만큼 영화를 보는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내심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행여라도 중심이 되는 두 인물이 작위적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졸였기 때문이었다.

◇ 영화의 두 주연, 배우 조민수와 배우 김은영

상영이 시작되고 극 초반에는 익히 알고 있는 배우 조민수의 연기가 도드라져 보였고 그녀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악다구니에 가려져 다른 요소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도 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조민수라는 배우가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져왔기에 그녀의 작품을 보아왔던 관객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들었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배우 김은영으로 스크린에 나타난 래퍼 치타 역시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녀와 다르지 않았다. 시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아티스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도입부를 보는 내내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것 같은 위태로운 심정이 들었다. 이태원 방방곡곡을 누비며 우연찮게 만나게 되는 각각 캐릭터들의 상관관계마저도 구태여 이러한 설정들이 필요한 것인가 싶을 정도의 무용한 것들이라 여겨졌었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하지만 영화 '초미의 관심사'의 진가는 후반에 드러난다.

굳이 시점을 꼽자면 터무니없이 급작스럽게 시작되는 추격씬부터라고 할 수 있겠다. 너무나 다르게 살아왔던 엄마(조민수 분)와 딸 순덕(김은영 분)이 줄 곳 티격태격하며 상반된 인물의 구도를 보여왔다면 해당 부분부터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대상을 쫓는 것처럼 그려지기 시작했기에 그러했다.

절대 모녀 관계로는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두 배우가 거기에서부터 진짜 엄마와 딸의 모습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개연성 없어 보였던 개성 만점의 등장인물들도 각자 다르게 살아온 모녀의 입장과 상황들을 대변해 주는 매개체로 돌변했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이것이 스토리가 가지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각 인물들의 너무나도 다른 모습들이 순덕의 동생 '유리'라는 인물의 행방을 찾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게 되면서 교집합이 생기게 되었고 극의 흐름에 대한 설득력을 가져오게 하였다.

출연자들 모두가 어느 순간 하나의 마음이 되어 찾아 헤맸던 '유리'의 실체는 그들을 다소 어처구니없고 기운 빠지게 하는 상황에 놓이게 하지만 그 과정을 진행함에 있어 영화 '초미의 관심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에는 충분했다고 생각된다.

◇ 영화 '초미의 관심사'를 대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

레퍼 치타이자 배우 김은영은 영화 속에서 뮤지션으로서의 그녀와 딸이라는 존재로서의 본인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해당 영화가 김은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적절한 픽션을 입혀 그녀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관람한다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배우 김은영이자 래퍼 치타는 열일곱 살에 생사를 넘나드는 큰 사고를 경험한 바 있고 어머니의 선택에 따라 삶이 180도로 바뀔 수 있었던 인생의 전환점을 거쳐왔던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기에 영화 '초미의 관심사'가 그러한 그녀의 살아온 지난날들에 대한 회고록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거기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 역시 이 영화를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요한 이유로 들고 싶다. 지난 5월 초 연휴 기간 동안의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재확산과 관련된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들의 성지였던 공간 차원에서의 이태원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가 담아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태원의 낮은 황량하지만 밤이 되면 수많은 네온사인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그 불빛의 개수만큼이나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이태원을 거쳤고 지금도 살고 있다.

지난 3월 종영된 JTBC의 '이태원 클라쓰'라는 드라마 역시 동명의 웹툰을 극화한 작품이었고 세상의 축소판과 같은 이태원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혹여 코로나 재확산과 결부시켜 영화 관람 자체를 꺼리는 우매한 결정을 내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유려하지 못했던 영화의 초반과 필요치 않았다 생각될 정도로 여러 장면에서 사용된 슬로우 모션 기법이 어찌 보면 영화적 장치를 위한 연출자의 숨겨진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제공

가수 김은영의 음악과 노래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지만 배우 김은영의 연기가 돋보였다. 본인 스스로도 애정 한다고 밝힌 바 있는 파출소 장면에서의 순덕 연기는 인간 김은영 그 자체였다. 그 대목에서 부모님과 나라는 사람의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울컥하는 마음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는 수준 높은 눈높이를 가진 다수의 관람객들에게 완벽한 영화로 평가받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작품이다. 그러나 이태원이라는 공간 속 인간 군상들의 삶을 하루 반나절이라는 제약적 시간 안에서 의미 있게 표현하는 것에는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거기에 '나'를 포함한 '가족'이라는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타인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찰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그러한 영화라는 생각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수 치타가 변신을 꾀한 배우 김은영을 커다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지 않은가 한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의 연출자인 남연우 감독이 그녀와 연인 사이라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배우 김은영이자 래퍼 치타의 화면 속 새로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처음이기에 꼭 큰 화면으로 감상하기를 권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왜 제목이 '초미의 관심사'인지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공연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순덕의 모습에 엄마 미소를 짓는 배우 조민수의 표정이 남연우 감독의 그것처럼, 아니 영화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의 그것처럼 투영되어 가슴 따스해지는 느낌을 받아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