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조성욱 위원장 "벤처 지주회사 등 규제 합리화로 투자 활성화해야"

22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서울 중구 소재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전자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동욱 사진부장]
22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서울 중구 소재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전자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동욱 사진부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디지털 기반 언택트 산업에도 '공정'과 '혁신'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산업 성장을 위해 벤처지주회사를 통한 규제 합리화 대책도 마련중이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가 추진하는 벤처활성화 방안이 있으며, 공정경제 추진에 있어선 '사전(공정경제 환경 조성)'과 '사후(제재 조치)' 처리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처벌을 통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시정만큼이나 제도적·구조적 개선을 통한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대기업의 선제적 상생방안을 모범사례로 꼽기도 했다.

'정보통신기술(ICT)분야 불공정행위를 시정, 혁신경제 기반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재확인했다. 그는 5년 만에 ICT 감시팀을 부활시켰다. 과거 '경제검찰, 재벌 저격수'로 굳혔던 조직 이미지를 '혁신시장 파수꾼'으로 쇄신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전환으로 온라인플랫폼이 급부상하면서 공정위는 기존 산업과 별개로 심사지침을 마련 중이다. 특히 '배달의 민족과 플랫폼을 이용하는 음식업체' 등 '플랫폼-입점업체간 갑을 관계 규율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급변하는 IT 생태계에 관심도 보였다. 최근 공인인증서 폐지 이후 인증시스템 시장에 대해 “사설 인증시장이 형성돼 이동통신 3사, 신생 스타트업 등 다양한 주체가 경쟁을 벌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이 22일 서울 중구 소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이 22일 서울 중구 소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대담=김원석 경제금융증권부장

-코로나19로 세계 무역망의 가치사슬(GVC) 변화와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다. 언택트 사회도 도래했다. 공정위 역할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공정위는 코로나19에 따른 GVC 변화, 디지털 전환과 언택트 산업 성장 변화에 맞춰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을 통해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대책을 추진 중이다. 우선 상생협력을 통해 유턴기업이 안착할 수 있도록, 리쇼어링 대책을 마련중이다.

국내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거래상대방을 지원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시 가점을 부여하고, 이행평가 최우수, 우수등급에게는 직권조사 면제, 모범업체 지정 외에도 관계부처 인센티브 등이 일환이다.

-공정위가 배달의 민족 기업결합 심사에서 단일 플랫폼의 '정보독점'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심사결과 시점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크다.

▲배달의 민족 기업결합에서는 정보가 특정 플랫폼 사업자의 사업 영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기업결합을 통한 정보 집중이 경쟁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다. 공정위는 해당 기업결합 심사를 위해 '배달앱 사업자 간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을 한국산업조직학회에 맡겼는데, 그 기간은 10월까지다. 가령, 등록업체 연락처와 위치 등 정보가 경쟁자나 신규 진입자가 확보하기 어려운 비대체적 정보로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지 등이 고려요소다.

특히 기업결합 심사에선 시장획정이 중요하다. 경제분석 등 전문적인 분석결과에 기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사결과 시점은 공정위가 요청한 자료를 기업이 신속히 제출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 간 결합심사는 해당 기업이 당국이 요청한 자료를 적시 제출해 심사를 신속히 마칠 수 있었다.

-ICT전담팀 반도체 분과가 5G 반도체 제조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통신표준이 2G→3G, 3G→4G 바뀌거나 인터넷 웹 브라우저가 보편화되는 경우처럼 시장의 전환기에 시장 선점 사업자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사례가 발생해왔다. 이를테면 통신칩 판매사가 휴대폰단말기 제조사에 경쟁업체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계약을 맺거나 특정 칩을 끼워 파는 식의 경쟁사 배제행위 등이다. 공정위는 5G 전환기에도 과거의 패턴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중이다. 과거 대표적 사례로 퀄컴·인텔이 경쟁사 제품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에 미디어플레이어, 메신저를 결합 판매한 경우가 있다.

-최근 여당이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 설립 허용(CVC)'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활성화, 창의적인 혁신환경 조성 측면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아직 국회 일각의 의견과는 방법론이 다르다. 위원회가 고려중인 방향이 있다. 현재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벤처지주회사 규제 완화(자산규모 기준 완화, 손자·증손회사 최소지분율 요건 완화, 비계열사 주식취득 제한 폐지 등) 및 벤처기업의 1/3미만 임원겸임, 사모펀드(PEF) 설립 시에는 기업결합 신고 의무 면제 등이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조성욱 위원장 "벤처 지주회사 등 규제 합리화로 투자 활성화해야"

-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 자녀에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발언 등에 대한 생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 안 하겠다'는 발언에 대해선 경영권 승계 여부, 주주의사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고 본다. 이재용 부회장이 노조경영 등 노사관계 문제 사과, 준법감시위 활동 보장 등 준법감시위원회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에 부합된 경영이 이뤄진다면 한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감염병 확산으로 비대면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이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공정거래 이슈도 지속 발생하겠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거래관행을 건전하게 유도하기 위해 규범 정비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술과 환경의 특성상 ICT 불공정 행위는 기존 산업보다 훨씬 심각하고 광범위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플랫폼 사업자의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존 굴뚝 산업과 다른 기준으로 적용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하고 있다. 이 밖에 '배달의 민족과 플랫폼을 이용하는 음식업체'를 비롯, 플랫폼-입점업체간 갑을 관계 규율체계를 정비중이다.

-올해 코로나19로 항공업, 자동차를 비롯한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위가 업계에 상생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 간 상생협력은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외부 리스크를 줄이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통한 산업 전반의 자력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부품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생산구조 하에서 고통분담 자세가 필수적이다. 대표적 상생안으로 △상생펀드, 물대지원펀드 등을 통해 운영자금 1조원 무이자·저금리 대출(삼성),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에 부품을 공급하는 350여개 중소 협력사 대상 무이자 대출, 납품대금 조기결제 등 총 1조원 규모 자금 지원(현대차) △무이자대출 재원 550억원, 집행 시점도 전년 대비 4개월 앞당긴 2월로 변경(LG전자) 등을 꼽을 수 있다.

-'알고리즘 담합'은 해외 경쟁당국에서도 주목하는 사안이다. 플랫폼이 기계적으로 상품가격을 최저로 맞춰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쟁점이다.

▲미국 법무부(DOJ)는 '아마존이 미술 포스터를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격 알고리즘을 개발해 채택한 행위'를 가격담합으로 기소했다. 벌금을 부과한 사례다. 다만, 국내에선 산업·거래 현장에서의 알고리즘 활용에 대한 구체적 사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4월부터 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연구센터에서 국내 산업·거래 분야에서의 알고리즘 활용실태 파악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현행 제도 및 법집행 방향 등에 있어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를 심도 있게 검토할 계획이다.

-ICT 감시팀에서 제약업계 불공정거래행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번 코로나 시국에서 확인되었듯이 의료·제약 분야는 R&D를 통한 혁신경쟁이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제약사의 부당한 특허침해소송' 사례를 조사하는 중이다. 향후 심의를 통해 위법성이 인정된다면 부당 특허침해소송 제기의 첫 사례가 된다.

특허권을 가진 오리지널 제약사가 제네릭사를 상대로 허위로 특허소송을 걸거나(부당한 특허소송 제기), 제네릭사와 역지불 합의를 하는 방식으로 혁신과정을 저해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부당한 특허침해소송은 소비자가 저렴한 제네릭을 사용할 기회를 빼앗을 뿐 아니라 의약품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까지 저해한다. 또 오리지널사는 신약 개발보다는 소송을 통한 시장 방어에 몰두하게 되고, 제네릭사들은 연구개발에 투입할 자원과 인력을 소송에 허비하게 돼 결국 소비자로 피해가 전이 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의 망 접속료와 관련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했다.

▲지난해 경실련으로부터 통신3사가 글로벌CP에게는 망 사용료를 받지 않으면서 국내 CP에게는 망 사용료를 지불받는 것은 차별취급에 해당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특히 글로벌 CP의 망 사용대가 납부 거부 및 국내CP에 대한 역차별 해소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서 통과됐다.

조사과정에서 현재 망 사용료와 관련된 제도개선 사항이 있다면 앞으로 방통위, 과기정통부와 계속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애플의 동의의결 개시 여부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특히 ICT 분야에 동의의결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봐주기 논란'도 있다.

▲동의의결은 엄격한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제도다. '봐주기' 논란은 오해다. 동의의결제도는 사안에 따라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갑을 관계에 있어 동의의결은 을의 피해를 직접 구제하는 데 있어 과징금 부과 등의 시정조치보다는 효과적이기도 하다. 특히 ICT분야에서 위원회 심의와 법원 판결을 모두 거치는 것은 자칫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 앞서 2009년 퀄컴의 2·3G 칩에 대한 충성리베이트 제공행위에 대해 2732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대법원 판결은 10년이 지나서야(작년 3월) 사실상 공정위 승소로 나왔다. 이미 칩 시장은 이미 4G를 거쳐 5G로 넘어가는 단계였다.

-공인인증제도 폐지 이후 인증시스템 시장에 관심이 많다. 일각에선 자칫 사설인증시장을 대기업이 장악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반대로 공인인증제도 폐지로 혁신이 장려될 것이라는 금융위원회 평가도 있었다.

▲최근 국회에서 '공인인증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 통과됐다. 앞으로 사설 인증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동통신 3사, 신생 스타트업 등 다양한 주체가 경쟁을 벌이게 됐다. 특히 제도개선으로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춰지는 것은 '플러스 요인'이다. 바이오·생체 인증 등 신생 기업도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가 됐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경쟁제한 행위나 독과점 문제 등은 시장이 형성된 이후 지켜봐야 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조성욱은 문재인 정부의 2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다. 최초 '여성' 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는 1964년 1월 15일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쳐 교수로 일하면서 재벌정책과 경쟁정책을 연구했다. 금융위원회 소속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을 맡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심의에 참여했다.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어 고려대 경영대와 서울대 경영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 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비롯 기업 지배구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정경제정책과 ICT분야 공정경제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가 퀄컴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일이 재판에서 정당하다는 판단을 받은 만큼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분야 기업을 향한 공정경제 위반 감시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사진 김동욱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