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1년 마에 역성장 전망..."올 GDP 성장률 -0.2%"

금통위, 수출 급감·미중 성장률 추락
"우리 경제 타격 예상보다 심각" 판단
기준금리 0.5%로 0.25%P 인하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밝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한은은 또한 우리나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을 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1.6%(2009년 성장률 예상) 이후 11년 만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기존 0.75%였던 기준금리를 0.5%로 낮췄다. 수출 급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교역국 성장률 추락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 타격이 예상보다 크고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 격차는 0.25∼0.5%P로 좁혀졌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코로나의 세계적 확산 영향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물가 상승률도 큰폭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경제 회복을 뒷받침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2.3%P 대폭 낮췄다. 내년 성장률은 3.1%로 전망했다. 이는 직전 전망(2.4%)보다 0.7%P 높은 수치다.

앞서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예상 성장률을 2.3%에서 2.1%로 한 차례 낮췄지만, 이후 각종 지표에서 코로나19 사태의 경제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자 이를 반영해 2.3%P나 한꺼번에 끌어내렸다.

1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4%였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저다.

2분기 들어서도 올해 성장 전망을 암울하게 하는 지표들이 나왔다. 4월 수출액이 작년 동월 대비 24.3% 감소한 데 이어 5월 1~20일에도 20.3% 줄었다.

우리나라 수출과 성장률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 경제 상황도 예상보다 나쁘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달 6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예상값은 평균 -32%로 조사됐다. 중국은 아예 지난 22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연례회의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한은의 성장률 하향조정은 이미 다른 기관들이 0% 안팎의 성장률 전망을 내놓으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0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가 상반기(-0.2%)와 하반기(0.5%)를 거쳐 연간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14일 한국 경제가 역성장(-1.2%)할 것으로 예상했고,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4월 말 현재 주요 해외 IB(투자은행)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0.9%) 역시 0%를 밑돌고 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각 0.3%, 1.1%로 예상했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했던 해는 1953년 한국은행이 GDP 통계를 편제한 이후 1980년(-1.6%), 1998년(-5.1%) 단 두차례 밖에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된 국채 공급 증가로 금리가 오르면 국고채 매입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3차 추경,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으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예상된다”며 “채권 수급 불균형에 따라 장기 금리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국고채 매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효하한을 고려한 금리정책 여력이 얼마나 남았느냐는 질문에는 “실효하한이 주요국의 금리와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