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차별 해소, 외압에 의연하게

[사설]역차별 해소, 외압에 의연하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및 시행령 제정에 대해 문의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국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서비스 안정성 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USTR는 규제 방식을 규정할 시행령 방향과 내용 등에 관심을 표시했다. 자칫 '자국 기업을 위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음에도 USTR가 문의했다는 사실은 미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현실화할 단계에 이르자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 미국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CP에 대한 규제가 세계적으로 처음 시행되고,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이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다만 문의 주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직속기구인 USTR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시행령 내용·수위에 따라 또 다른 행보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보다 앞서 미국은 우리나라의 글로벌 CP 규제에 날카롭게 대응한 전례가 있다. 당시 글로벌 CP에 국내 서버 설치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 개정안이 논의되자 주한 미국대사관이 공공연하게 반대한 적 있다.

과기정통부는 USTR에 구애받지 않고 예정대로 시행령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혹시라도 좌고우면하면 미국 CP 입장을 대변하는 USTR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입법 취지 자체도 훼손될 게 자명하다.

그동안 정부는 물론 국회가 국내 CP와 글로벌 CP 간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은 국내외 CP 간 역차별을 일부 해소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시작일 뿐이다.

과기정통부는 USTR를 비롯한 혹시 모를 외압을 의식하지 말고 입법 취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