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초격차 가속...평택에 '낸드라인' 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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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조성 발표 열흘 만에
P2라인에 8조원 안팎 투자 전망
내년 하반기 최첨단 V낸드 양산
비대면 시대 미래수요 선제 대응

삼성전자가 신규 반도체 공장 평택캠퍼스 2라인(P2)에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투자를 단행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중장기 낸드플래시 수요에 대응하고 경쟁사와의 격차도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이곳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에 다시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투자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 P2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다고 1일 밝혔다.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약 8조원 안팎의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만장(20K)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구현, 5G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언택트' 라이프스타일 확산으로 낸드 수요 증가 추세가 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적극 투자로 미래 시장 기회를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에 조성된 평택캠퍼스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 전초기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라인 2개를 갖추고 있다. 이번 투자로 증설하는 라인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V낸드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1위에 오른 뒤 30% 이상의 점유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2위 그룹과는 격차가 있지만 중국 등 빠르게 추격하는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최근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올해 말에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하겠다고 밝히는 등 삼성전자 추격에 나서고 있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면서 “최고 제품으로 고객 수요에 차질 없이 대응함으로써 국가 경제와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메모리 초격차 가속...평택에 '낸드라인' 증설

이번 투자는 반도체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삼성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선제 결단을 통해 미래 기회를 선점해 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대국민 사과 당시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같은 달 21일 평택 EUV 파운드리 생산 라인 조성 결정 때도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연이은 검찰 수사, 미-중 갈등 격화, 코로나19 확산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이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상황”이라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