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46> 4차 산업혁명 시나리오-완전한 디지털화는 가능할까?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몇 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해 봄으로써 미래 모습을 예측하는 동시에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짚어 보고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완전 디지털화에 관한 시나리오를 구성해 본다.

아날로그 세상을 숫자 형태로 나타내는 디지털 기술이 모든 정보를 '0'과 '1'로 표시하는 이진법 기반의 컴퓨터 기술과 컴퓨팅 능력을 눈부시게 향상시킨 반도체 기술을 만나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 냈다. 디지털 혁명은 3차 산업혁명을 탄생시키고 성숙해 왔으며,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디지털화가 가속될 전망이어서 4차 산업혁명 역시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시점에서 디지털화의 끝은 어디이고 완전한 디지털화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어 봐도 좋을 것이다.

디지털화의 끝이 어딘지는 알 수 없다. 우려하는 것처럼 극단의 디지털화로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갖춘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디지털화는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수준까지 진전될 것이다. 디지털화가 주는 편리함과 윤택함을 누리기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고, 아날로그 세상과는 영원히 결별이라도 할 것처럼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돼 왔다. 이미 첨단산업을 움직이는 뇌나 심장은 거의 대부분 디지털화됐고,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 정신 활동 영역마저도 점차 디지털화되고 있다. 모든 정보를 처음부터 디지털 형태로 수집하고, 지금까지 축적된 아날로그형 정보가 디지털로 추가돼 가용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의 양이 폭증함에 따라 디지털 역량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 전문 투자가보다 수익률 높은 주식 투자 인공지능(AI), 인기 추리소설을 단시간에 쓰는 AI 작가, 세금을 내는 작업로봇, 교육용·오락용·치료용 등 서비스 로봇, 궁극의 생산성을 발휘하는 자율 생산시스템 등 디지털 이상형의 끝은 사이언토피아가 추구하는 바와 같다.

그럼에도 완전한 디지털화는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전자책으로 대체될 것 같아 보이던 출판 시장이 여전히 살아 있고, 거의 사라지는 듯 해 보이던 레코드판(LP)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디지털이 주는 혜택을 향유하던 사람들이 스스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데서 편안함을 느끼는 체험학습이나 손수짜기(DIY) 같은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아무래도 디지털 기술은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지만 아날로그 삶의 본질(내면)을 바꾸는 요소는 아닌 모양이다.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일·학습·행동을 포함하는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는 있어도 삶의 뿌리를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반작용 역시 더욱 강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반작용으로 나타날 신아날로그는 집착성과 배타성이 강할 가능성이 있다. 이전의 아날로그는 원래의 성격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지만 신아날로그는 디지털에 내준 자리를 되찾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 연재에서 언급했듯이 아무리 아날로그 성격이 강한 영역이라 하더라도 디지털 기술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아날로그 영역도 디지털 기술을 효과 높은 수단으로 활용해야만 진화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화 아날로그라는 의미로 신아날로그로 불렸다. 신아날로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과는 동떨어진 극단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아날로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형성될 새로운 문화에서 인간이 자아를 지키고 존재감과 성취감을 얻게 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디지털화를 향해 질주하는 동안에도 아날로그일 수밖에 없는 인간을 위해 여지를 남겨 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음 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다국적기업과 국가를 두 번째 시나리오로 엮어 볼 예정이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