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치명적 오류 막는 '소프트 에러' 테스트 장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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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탑재 등 안전성 중요
큐알티 주관, 3년간 국책과제로
반도체 대기업·소부장기업 참여
세계 최초로 장비 상용화 시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가 기존 반도체 업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개념 '소프트 에러' 테스트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다. 소프트 에러는 공기 중의 중성자 등으로 인해 반도체에 오류가 일시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탑승자 안전이 중요한 자율주행차 등에 반도체 탑재가 늘면서 소프트 에러를 사전 테스트하고 수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장비 개발을 위해 국내 반도체 대기업,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정부 기관이 힘을 모은다. 이 장비가 상용화되면 외산 테스트 시스템에 의존할 때보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국내 반도체 칩 신뢰도를 크게 올리고,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장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3년 동안 국내 반도체 대기업 및 소부장 기업들이 협력해 소프트 에러 테스트 장비를 상용화하기 위한 국책 과제가 시작된다.

과제는 반도체 부품 신뢰성 시험 및 불량품 분석 전문업체 큐알티(QRT)가 주관한다. 큐알티 주도로 국내 반도체 대기업은 물론 소부장 업체와 국가 연구기관이 참여, 눈길을 끈다.

우선 SK하이닉스가 수요 기업으로 참여하고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 차세대 전력 반도체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칩을 만드는 예스파워테크닉스, 테스트 장비업체 유니테스트, 전자부품연구원이 머리를 맞댄다. 프로젝트에는 국가 예산 36억원, 민간 출연금 20억4600만원 등 총 56억4600만원이 투입된다.


반도체 치명적 오류 막는 '소프트 에러' 테스트 장비 만든다
반도체 치명적 오류 막는 '소프트 에러' 테스트 장비 만든다

'소프트 에러 테스트 장비 상용화'는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최근 반도체 회로는 나노미터(㎚) 단위로 얇아져 이전보다 중성자 투과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또 자율주행 기능 탑재 등으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많아져 일시성 오류라 해도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소프트 에러가 반도체업계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자동차 기능안전 표준인 'ISO 26262'에서 소프트 에러 인증을 중요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프트 에러 측정은 주로 칩 개발 막바지 단계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소프트 에러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특히 국내 칩 업체들은 국내에서 중성자 테스트를 할 수 없다. 한국에는 실험할 수 있는 중성자 가속기가 없기 때문이다.

측정 시스템과 인증도 외국에 의존한다. 측정 시스템을 운용하는 프랑스 반도체시험평가소(IROC)를 대표 사례로 들 수 있다. 칩 업체들은 테스트와 인증을 위해 1년에 최대 40만달러(약 4억원)를 들여 외국을 드나든다.

이 장비가 개발되면 테스트 시스템을 국내 업체 주도로 상용화할 수 있다. 우선 시스템 설비를 데스크톱PC 크기로 줄여 편의성과 속도를 높였다.

중성자 가속기가 없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도록 제품을 설계한다는 특징도 있다. 국내에 있는 양성자 가속기로도 선행 검증을 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든다.


기중식 큐알티 전문연구위원은 “양성자를 이용한 실험 결과로도 중성자가 주는 충격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탑재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양성자는 중성자와 달리 이동 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칩의 어떤 부분에서 소프트 에러가 발생할 수 있는지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 위원은 “기존 시스템이 인증에만 집중했다면 이 장비는 연구개발(R&D)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소프트 에러 요인인 '알파 입자' 실험을 책상 위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테스트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반도체업계에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칩 제조사와 장비 및 테스트 업체가 3년 동안 필요한 부분을 공유하면서 장비 완성도를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이번 장비 개발로 국내에서 반도체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중성자 가속기 유치에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성자 가속기가 천문학 규모의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메모리반도체 1위 국가라는 위상에 걸맞은 테스트 인프라 투자도 필요하다”면서 “향후 양성자 가속기뿐만 아니라 국내 중성자 가속기로도 마음껏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소프트 에러

공기 중에 있는 미세한 중성자나 알파 입자(헬륨 원자의 핵)가 반도체 미세 회로에 타격을 주면서 일시 오류를 일으키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반도체 회로에 0으로 기억된 데이터가 중성자 영향을 받아 일시 1로 바뀌는 오류가 생겼다가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경우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