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정한근 KCA원장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 확립하겠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정한근 KCA원장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 확립하겠다"

소통에 관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다. 오죽하면 정부부처에서 대변인을 2번 역임했을까. 그렇다고 소통에만 능수능란한 건 아니다.

넉넉한 풍채만큼 배포크고 후덕하지만, 업무에 관한 한 예리하다고 정평이 자자하다. 정부부처에서 핵심 참모역할로 두루 인정받았다.

딱딱한 인터뷰는 금방 끝내고, 차나 한 잔 하고 가면 된다면서도, 조직의 비전을 이야기할 때에는 목소리를 높였다.

취임 2개월차 정한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원장이다.

정 원장은 “KCA가 무선국 검사와 기금 운용, 콘텐츠 진흥 등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며 “재임 기간 KCA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KCA는 2022년 50주년이다. 과기정통부가 전파법 전부 개정을 추진하는 등 격변의 시기다. 전국 10개 본부 520여명 직원을 이끌고, 2조원 규모 기금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의 수장을 맡게 된 건 처음이지만, 긴장보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이 가득해보였다.

정 원장은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취임식도 못하고 업무를 시작했지만, 2개월 만에 업무와 미션을 완전히 정립한 듯 했다. 주파수 회수·재배치·손실 보상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클리어링 하우스'를 KCA에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기금 운용에도 단순히 금액을 집행하는 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발전하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며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소통이라는 그의 주특기를 살려 본격적으로 사람을 만나며 KCA의 과제를 듣고 비전을 수립하겠다고 한다. 거창한 담론보다는 KCA가 가진 콘텐츠를 중심으로 조직의 일하는 문화와 체질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정 원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영상회의를 활용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겠다”면서 “단위 사업에 매몰되지 않고, KCA만의 핵심 역량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하며 미래 50년을 준비하겠다”고 역설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정한근 KCA원장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 확립하겠다"

대담=김원배 통신방송과학부장

-취임 2개월째 업무파악을 완료했나. 정 원장이 생각하는 핵심 과제는.

▲물론이다. 업무파악을 완료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까 핵심 과제를 고민 중이다. 핵심 과제는 KCA를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부분이다. 대중이 KCA에 대해 인식하는 가치와 실제 가치 간에 갭을 메꿔나가는 부분, 즉 브랜드 정체성(BI)을 확립하는 게 급선무라고 봤다.

-KCA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BI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KCA가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고, 실제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인식하도록 하겠다. KCA는 크게 무선국검사와 과기정통부 기금관리, 콘텐츠 진흥을 굵직한 역할로 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결이 다른 업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핵심 역량은 통한다고 본다. KCA는 주파수 관리의 요체다. 과기정통부는 KCA에 주파수 회수·재배치 손실보상 등 관리를 전담하는 클리어링 하우스 설립을 추진한다. KCA는 클리어링 하우스를 맡아 효과적인 전파 관리와 더불어, 전파를 통해 확보한 기금을 통한 진흥업무라는 2개 축을 중심으로 전주기 생태계 속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원과 이런 부분을 브랜드로 모아내고, 구체화하면서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콘텐츠 분야를 어떻게 모아낼지는 조금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과기정통부와 소통·협업을 통해 진행할 것이다.

-2년 후 임기 중에 KCA 50주년을 맞이한다. BI와 더불어 새로운 비전을 준비하나.

▲50주년에 발맞춰 비전을 발표할 것이다. 다만, 장기적 계획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시대 변화 흐름을 빨리 읽어서 맞추는 역량도 중요하다. 비전을 확립하되, 장기적인 것에 집중하는 그런 계획은 아니다. KCA가 국민에게 드러나는 모습과 핵심 역량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비전을 확립할 것이다.

-소통과 관련한 과제에 대해 고민이 큰 것 같다. 정 원장이 생각하는 소통이란 무엇인가.

▲소통을 홍보와 포장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소통의 핵심은 콘텐츠다. 소통은 우리 조직, 내가 가진 콘텐츠의 제대로된 가치를 발굴해 제대로 알리고, 인정 받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제까지 정부나 공공기관은 단위사업, 정책위주로만 알리고, 정작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측면이 존재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 큰 흐름을 한 번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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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A 업무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전파관리 강화 핵심으로 '클리어링 하우스'를 언급했다.

▲기존 주파수가 기준과 원칙이 명확한 상태에서 개발되진 않는 게 현실이다. 시대적 수요와 필요에 따라 주파수는 역할을 해오다 보니,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클리어링 하우스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기준 등을 참고해 주파수를 제대로 정비하며, 회수할 부분은 회수하고, 손실 보상을 제공하는 등 일상적 정비체계를 갖추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에도 주기적으로 주파수 대역을 정비하고 있지만, 비면허 주파수 대역까지 포함해 보다 체계를 갖추고 주파수 정비를 전담할 기관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무선국 검사, 전자파 측정 등 포함해 전파 역무 중요도가 증가할 것 같다. 기존 전파 업무 혁신방안은.

▲그동안 전문적으로 수행해온 5G 무선국 검사방법은 ICT 기반으로 고도화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무선국 검사 패러다임 자체가 예전과 똑같이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사람이 직접가서 하는것도 있지만 드론 등을 활용해 검출신호를 파악하는 방식도 검토한다.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축적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5G 시대 국민 전자파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전자파 안전 정보센터'도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전자파에 대해서는 국민이 정확한 실상을 알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조사지역을 늘려나가며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끔 할 것이다.

-전파 기금과 관련, KCA는 집행만 하는 역할 아닌가. 기금 사업 강화 방안은.

▲KCA는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합쳐 연간 2조원 규모를 관리·집행한다. 단순 집행 역할로 오해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ICT 분야 사업을 얼마나 적정하게 수행하는지 평가를 받도록 돼 있다. KCA는 방발기금 관련, 3년 연속 탁월 평가를 받았다. 단순 관리를 벗어나, ICT 사업을 어떻게 하는게 좋겠다하는 방향성을 입힐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대학원, 5G 연구개발(R&D) 등 데이터-네트워크-AI 생태계를 제대로 발전시켜나가려면 기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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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분야 강화 방안은.

▲빛마루 스튜디오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계차 등 이용률이 급격 증가했다. 운영전담 주체가 KCA가 되면서 안정화됐다. 1인 방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급격한 미디어 환경변화에 대응해 디지털미디어 콘텐츠(크로스미디어·숏폼 등)를 적극 발굴하고, 창의적인 중소벤처기업 성장지원에 역점을 두겠다. 비대면 시대에는 증강현실 등 실감콘텐츠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빛마루의 6개 스튜디오를 5G 기술을 접목한 UHD 스튜디오로 고도화 할 예정이다. 초고화질 동영상과 AR·VR, 홀로그램을 활용한 언택트 콘텐츠 제작과 유통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한국판 뉴딜과 관련, KCA의 포부는.

▲한국판 뉴딜 전략의 핵심 중 하나인 '디지털 인프라'는, 앞으로 언택트 시대에 전파를 이용한 다양한 비대면 무선통신 서비스 출현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파를 응용한 비대면 산업은 홀로 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모든 요소가 결합돼서 가야한다. 비대면 시대, 재택근무와 온라인문화를 겪다보면 그 속에서 인프라, 네트워크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KCA는 지난 50년간 ICT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데 머무르지 않고, 전파와 관련한 전통과 전문역량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이제까지 잘해온 분야는 더욱 잘하면서 핵심 역량을 집중, 미진한 부분과 미래 영역은 도전과 혁신을 통해 개선하고 개척해 나가겠다. 방송·통신·전파의 혁신성장, 사회적 가치, 건강한 조직문화가 균형을 이루는 경영을 통해 디지털 시대 ICT 발전을 선도하는 진흥기관으로 도약을 이끌겠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정한근 KCA원장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 확립하겠다"

○정한근 KCA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부산 동인고등학교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옛 방송위원회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소탈하면서도 치밀한 업무 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주요 정부부처에서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방송위와 정보통신부 통합으로 출범한 옛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진흥기획관, 융합정책관 등 방송 분야 업무를 맡았다.

옛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방송진흥정책관, 인터넷정책관, 정보보호정책관 등을 지내며 탁월한 소통 능력을 인정받아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대변인을 역임했다.

이후 출범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대변인을 역임하고,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을 거쳐 KCA 원장으로 취임했다.

정리=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