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19>회사 철학을 보여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CI 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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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기업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조사에 의하면 상위 5%에 해당하는 기업은 모두 디자인을 기업 전략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업 중 4분의 3 정도가 디자인의 전략적 가치를 실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944년 설립된 이래 영국의 디자인 종주국 지위 유지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디자인 카운슬의 조사 결과 역시 그렇다. 2007년 영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실태 조사에서 지난 3년 동안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늘린 기업일수록 매출이 더 많이 증대했다는 점과 디자인을 기업 경영 프로세스에서 핵심 부분으로 간주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매출액이 4배 정도 더 빠르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제시한 바 있다.

디자인을 이용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업은 제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례가 움프쿠아 은행이다. 움프쿠아 은행은 미국 오리건주의 목재업자들에 의해 설립된 작은 지역은행이었다.

하지만 움프쿠아 은행은 1990년대 중반부터 벌목사업이 쇠퇴의 길로 접어들면서 회사가 존폐 위기에 처했다. 이때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레이 데이비스는 조그마한 지역은행인 움프쿠아 은행이 경쟁력을 되찾는 방법은 여타 대형 은행이 추구하는 방식과 동일한 방식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전략은 움프쿠아 은행은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아치 커피숍이나 호텔 로비와 같이 누구나 잠시 들려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이를 통해 추가 고객을 유치하자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움프쿠아 은행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느냐 하는 문제였다. 막연히 지점에 내방한 고객을 대상으로 입소문이 나기만을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점의 내부 인테리어만 바꾼 것이 아니라 고객을 대하는 태도, 가치, 철학 자체가 다른 은행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움프쿠아 은행은 고객이 자신을 처음 접할 때 마주치게 되는 회사 CI(Corporate Identity)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금융회사들이 고답적이면서 중량감 있는 로고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들은 유쾌하며, 가벼운 느낌의 로고를 사용함으로써 신선한 충격이자 금융기관의 로고 맞나 싶은 의구심마저 이끌어 내었다. 하지만 움프쿠아 은행은 다른 은행과는 다른 성격의 은행이며 다른 곳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제시할 수 있었다.

움프쿠아 은행의 나무 그림 로고는 캐주얼하면서도 친밀하며, 정제되어 있지 않은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린 아이가 그린 그림 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다. 여타 은행들이 회사 로고를 통해 고객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제시하기 위해 엄숙하면서도 보수적인 이미지의 로고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는 자칫 무모함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움프쿠아 은행은 자신들은 다르다는 사실을 철저히 제시하는 길을 선택했다.

움프쿠아은행의 CI
<움프쿠아은행의 CI>

움프쿠아 은행은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로 2000년 이후 직원 수와 지점수가 10배가량 증가했다. 최근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고속 성장을 보였으며 자산 규모 역시 1994년 이후 78배 이상 증가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