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립' 꿈꾼 왕둥성 ES윈 회장…韓 팹리스 인수하며 사업 확장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중국 디스플레이 굴기 이끈 왕 회장
다음 타깃으로 '반도체 자립' 꿈 꿔
삼성맨 영입…인력·기술 흡수 포석
국내 시스템·처우 개선 숙제 남아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결국 중국행을 철회했다. 삼성 최고경영자의 중국 이직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는 여론이 들끓어서다. 장 전 사장이 합류하려 했던 중국 ES윈과 이 회사 설립자로 알려진 왕둥성 회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왕둥성 ES윈 회장(출처: 홈페이지 캡쳐)
<왕둥성 ES윈 회장(출처: 홈페이지 캡쳐)>

17일 업계에 따르면 ES윈은 중국 창업자이자 회장 출신인 왕둥성 회장이 설립한 기업이다. 왕 회장은 지난해 7월 BOE에서 물러났다. 2002년부터 BOE를 이끌어 세계 최대 액정표시장치(LCD) 회사로 만든 성공한 경영자였으나 세대교체가 필요했다.

왕둥성 회장은 퇴임을 앞둔 2016년 회사를 신설했다. 이 때 만든 회사가 ES윈(ESWIN)과 신이화(SINEVA)다. ES윈은 반도체 사업을, 신이화는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다.

ES윈은 한국과 연이 적지 않은 회사다. 2017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구동 칩(DDI)을 만드는 와이드칩스를 인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와이드칩스는 삼성전자에서 필요로 하는 DDI를 만들던 곳이다.

회사는 보광그룹 계열이었지만 경영 악화로 2016년 국내 팹리스 업체인 실리콘마이터스에 매각됐다. 실리콘마이터스는 전력 반도체 중심의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와이드칩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실리콘마이터스는 역시 사정이 나빠져 와이드칩스를 매각했다. 이때 인수자로 나선 곳이 바로 중국 ES윈이다.

실리콘마이터스는 와이드칩스 지분을 150억원에 넘겼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이때를 ES윈이 OLED DDI 기술을 확보한 계기로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드칩스는 국내에서 삼성전자 DDI를 용역하던 회사”라고 전했다. DDI는 패널과 연결돼 영상 신호를 제어하고 이미지를 표현하는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다. 디스플레이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이다.

왕둥성 회장은 와이드칩스 인수 후부터 반도체 사업을 본격 확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 연혁에 따르면 2018년 칩온필름(COF)을 양산했고 이후 실리콘웨이퍼,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사업에 잇단 진출했다.

칩온필름은 DDI와 패널을 연결하는 기판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제조 필수 소재다. 반도체 패키징은 완성된 칩을 보호하고 외부 단자와 연결되게 만드는 작업을 뜻한다. ES윈은 사세가 커지자 올해 2월 지주사를 중심으로 그룹 체계로 회사를 재편했다. 장원기 사장은 이 지주사에 합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S윈 주요 사업 연혁(자료: 홈페이지 캡쳐)
<ES윈 주요 사업 연혁(자료: 홈페이지 캡쳐)>

왕둥성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강한 의지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많다고 봤을 것”이라며 “왕 회장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를 일궈 다음 자신이 해야 할 일로 반도체를 생각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왕 회장은 ES윈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에서 “중국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부족 문제 해결을 늘 꿈꿔왔다”며 “그래서 BOE를 물려주고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왕둥성 회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시나브로 늘어나는 한국 인력 영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 반도체 업체 대표는 “중국이 야금야금 반도체를 흡수하는 전략이 예전 LCD에 진격하던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장 전 사장의 중국행 논란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 문제와 퇴직자 인력 활용에 대한 숙제를 남기고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해외 경쟁사로의 이직을 최소화할 방안과 우수 인력이 국내 산업계에서 지속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