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유업계, 원유 관세 납부 추가 유예받는다

최소 수천억대 유동성 개선 기대
총수입액 작아져 효과 적을 수도
"유류세 낮춰 문제 해결을" 목소리

[사진= 전자신문 DB]
[사진= 전자신문 DB]

정유업계가 관세청으로부터 원유 관세 납부를 추가 유예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 수천억원대 관세를 당장 납부하지 않아 정유업계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는 최근 울산 공장을 관할하는 울산세관으로부터 올해 11월분까지 수입 원유 관세 납부를 유예해 준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6~8월분은 향후 3개월, 9~11월분은 올해 12월 15일까지 각각 징수가 유예됐다. 관세청은 정유업계의 유동성 완화를 위해 이번에 추가 조치를 내렸다. 이보다 앞서 관세청은 3월분 수입 원유에만 관세를 2개월 징수 유예한 바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23일 “원유 관세 납부 유예 통보를 받았다”면서 “울산세관과 긴밀히 협의한 결과”라고 밝혔다.

다른 정유사도 원유 관세 징수 추가 유예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은 각각 주요 공장이 위치한 여수, 대산, 울산·광양 세관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여수세관에 원유 관세 납부 유예를 건의해 놓은 상태”라면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도 “대산세관으로부터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울산세관과 광양세관에 원유 관세 징수 추가 유예를 신청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정유업계는 최소 수천억원대의 유동성 개선 효과를 기대했다. 원유 관세는 원유를 수입할 때 가격의 3%로 매겨진다. 원유를 100원에 들여왔다면 3원은 원유 관세인 셈이다. 또 원유수입금과 관세 3%를 더한 총액의 10%가 원유수입부가세 명목으로 붙는다. 원유수입부가세는 세법상 관세를 납부해야 부과되는 만큼 원유 관세 납부 유예 효과를 함께 볼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정유사는 올해 4월에만 27억8800만달러(약 3조3763억원)어치의 원유를 수입했다. 원유 수입 관세와 원유수입부가세는 총 3477억5560만원에 이른다. 6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동안 비슷한 규모의 수입이 이뤄지고, 관세가 유예된다면 1조5000억원 넘는 유동성 효과를 볼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매달 들여오는 원유 수입 물량과 금액을 감안할 경우 월 2500억원 이상의 유동성 완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동성 완화 효과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원유 총수입 금액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정유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석유 제품 수요 급감에 대응, 원유 수입을 줄였다. 막연히 원유를 수입해 정제해서 석유제품을 만들면 처치하기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 유가는 예년 대비 거의 반토막 났다.

일부에선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529원), 주행세(79.35원), 교육세(137.54원) 등 ℓ당 745.89원이 정액 부과된다. 석유제품 가격과 유류세를 합한 금액의 10%가 부가가치세로 붙는다. 휘발유 가격이 0원이어도 820.48원이 세금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원유 관세 납부 추가 유예는 다음주 초께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