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과학향기]왜 음식은 기쁨을 줄까?

TV는 물론 유튜브에서도 먹방은 단연 인기 콘텐츠다. 남이 맛있는 걸 먹는 모습은 마치 내가 그 음식을 먹기라도 하듯 간접적인 즐거움을 준다. 이렇게 음식을 먹는 것은 감정적인 기쁨과 깊이 연결돼 있다.

[KISTI과학향기]왜 음식은 기쁨을 줄까?

◇생존을 위해 발달한 미각

사람들이 음식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맛이 주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맛은 크게 짠맛과, 신맛, 단맛과 쓴맛, 감칠맛으로 구분한다. 각각의 맛은 혀의 미각세포가 감지하기 때문에 미각의 발달과 균형은 음식을 즐기는 데 중요하다.

과거 영장류는 나무 위에 살면서 열매나 잎을 주로 먹었다. 그러다 약 200만 년 전부터 초원을 다니며 고기를 즐겼고 80만 년 전부터는 불을 이용해 음식을 익혀먹었다. 1만 년 전부터는 농사를 지으면서 곡물을 섭취했다. 진화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으로 미각이 발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양분이 풍부한 먹을거리인지, 먹어도 해롭지 않은지 등을 판별하는 데 미각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인간은 단맛과 짠맛, 감칠맛이 나면 먹을거리로 분류했다. 우리의 주식인 쌀과 밀가루는 단맛이 나기 때문에, 또 생존에 필수인 소금은 짠 맛이 나기 때문에 먹을거리로 분류한 것이다. 반면 신맛과 쓴맛은 피했는데 이유는 신맛으로 상한음식을, 쓴 맛으로 독소여부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생존과 직결된 만큼 그 맛을 느끼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농도도 다르다. 생존을 위해 비교적 많은 양이 필요한 탄수화물과 나트륨 성분이 내는 단맛과 짠맛은 농도가 높아야 감지할 수 있는 반면, 몸에 해로울 수 있는 신맛과 쓴맛은 적은 양에도 민감하게 감지한다.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진화적 이유가 있다. 출처: shutterstock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진화적 이유가 있다. 출처: shutterstock

◇미각 불균형, 만성질환과 암의 위험인자 될 수 있어

따라서 미각의 민감도와 균형은 건강과 직결된다. 문제는 미각도 균형이 깨진다는 점이다. 스트레스와 피로, 노화가 대표적인 원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계가 항진되면서 침샘 기능이 떨어져 미각의 기능이 떨어진다. 또 피로가 쌓이면 보고도 무엇인지, 듣고도 무슨 말인지 명확히 인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전체적인 감각이 둔해지면서 미각도 둔해진다. 미각이 둔해지면 식욕이 줄면서 음식 섭취량 또한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근육량 감소와 체력저하, 간과 폐 등 장기의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각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둔해지는데 특히 짠맛에 둔감해지면서 소금 등의 섭취량이 늘고 이는 전해질 불균형과 혈압이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미각이 둔해지면서 상한음식을 먹고 탈이 나기도 한다.

미각을 예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각을 둔하게 만드는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균형 잡힌 음식 섭취와 운동, 일과 휴식의 균형이 필요하다. 자극적인 음식도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짠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은 입맛부터 바꾸는 것이 좋다. 어렵더라도 10~12주간 평소보다 싱겁게 식사하자.

미각의 둔화와 불균형은 병이 아니다. 평소보다 짜고 달고 매운 음식만 계속 먹었다면 내 몸이 너무 피곤한 건 아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고 주의하면 된다. 지나치게 짜게 먹는다면 식습관을 개선해 입맛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