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 출연연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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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망경] 출연연 책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관 운영과 관련한 부적절 사례가 연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더니 이번엔 주요 과학 사료가 될 수 있는 기물을 고철상에 팔았다가 회수한 사실이 들통났다.

사건은 지난 3월에 벌어졌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보관하고 있던 나로호 킥모터 시제품이 고철상에 팔려 나갔고, 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항우연이 이를 회수했다. 킥모터는 발사체에 실린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항우연이 개발에 투입한 비용이 300억원 이상이다.

그러나 다른 고철과 함께 700만원에 팔려 나갔다. 항우연은 이를 다시 회수하는 데 500만원의 비용을 추가 지출했다.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어이없는 사건이다. 무엇보다 자력 개발한 기술이 노출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안은 심각하다. 항우연이 자체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소를 잃은 상황이다.

최근 항우연 '달 탐사 사업단'은 난제로 알려진 '달 궤도 전이 방식'(WSB)을 자력으로 설계하는 등 좋은 연구 성과를 냈다. 그러나 거듭되는 실망스러운 소식에 외부 시선은 차갑게 식어 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보도가 나온 날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의결됐다. 재정 상황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으로 26조원이 넘는 뭉칫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예산의 상당 부분도 국가 R&D 예산에 포함돼 있다. 항우연처럼 기관의 주요 사업 비중이 높은 출연연의 국가 R&D 예산 의존도는 높다. R&D 예산이 대규모로 늘면서 나오는 지적이 연구기관, 연구자의 책임감도 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보니 괜한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연구 성과가 계획보다 늦었다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다. 연구기관으로서의 기본 책무·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