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심의위 '이재용 수사중단·불기소' 권고

검찰수사심의위 '이재용 수사중단·불기소' 권고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26일 열린 현안위원회 회의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권고 의견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사전 선정된 15명의 위원 중 1명이 불참해 14명이 참석했다. 이중 양창수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한 1명을 제외한 13명이 심의에 참여했다. 양 위원장은 최지성 옛 삼성 미전실장(부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 직무회피를 했다.

위원들은 이 부회장에 대한 계속 수사 여부,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삼성물산에 대한 기소 여부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어디까지 보고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검찰과 삼성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주가조종과 분식회계 등 혐의를 두고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가 제출한 의견서도 이날 논의에 참고가 됐다고 대검 측은 전했다.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을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수차례 고발한 바 있다.

위원들은 검찰과 삼성 측이 각각 제출한 A4 50쪽 분량 의견서를 검토한 뒤 오전에는 검찰, 오후에는 삼성 측 의견을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청취했다.

양측 프레젠테이션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회의는 당초 예상 종료 시간인 5시 50분을 약 한 시간 반 정도 넘긴 7시 30분이 돼서야 끝이 났다.

이날 수사심의위의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의지가 강했던 검찰 수사팀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검찰은 2018년 초 제도 시행 이후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따랐기 때문에 이번 권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결정하더라도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권고적 효력이라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신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