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미디어]머니볼, AI로 진화한다면···

머니볼 포스터
머니볼 포스터

빌리 빈(브래드 피트)은 촉망받는 고교야구 선수였지만,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프로야구에 뛰어든다.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그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이 됐다. 가난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암울했던 그의 선수생활 만큼이나 잘 풀리지 않는 만년 하위구단이다. 가장 큰 원인은 돈.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기껏 키워놓은 선수를 돈많은 구단이 빼앗아간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전통적인 머니 게임으로는 다른 구단을 이길 수가 없다. 한정된 돈으로 최고의 성적을 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빌리 빈은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 브랜드를 영입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오직 데이터만 믿는다. 출루율이 낮은 선수는 냉정하게 방출하고, 높다면 퇴물이라도 찾아가 영입한다. 스캇 해티버그는 출루율이 타율에 비해 1할이 높았다. 확률만 믿는 빌리 빈은 감독과 격렬하게 충돌하면서까지 헤티버그를 주전으로 기용하고, 스캇은 결정적 순간에 빌리의 믿음에 보답한다.

머니볼의 배경은 2000년대 초반이다. 빌리 빈과 피터 브랜드는 요즘으로 치면 '빅데이터' 분석론을 야구에 적용해 성공 신화를 썼다. 오클랜드는 1970년대 처음 나왔던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데이터 분석론을 사용한다. 감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야구를 데이터에 근거해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빌리 빈은 출루율과 승률간 통계적 연관성을 찾아냈다. 출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자 승률이 높아졌다. 특정한 결과의 원인이 되는 가장 직접적 원인이 무엇일까를 탐구한 결과다. 출루율이라는 다른 팀이 주목하지 않았던 빅데이터 가치를 찾아내 선점한 것이다.

빌리 빈이 수립한 빅데이터 기반 머니볼 이론은 프로야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목하지 않았던 출루율은 매우 중요한 통계가 됐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구단이 출루율을 높이려고 경쟁하다보니 오클랜드의 선점효과는 사라졌다.

인공지능(AI)은 새로운 통계의 가치, 방법론이 필요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빌리 빈이 주어진 데이터 가치를 찾아내는데서 성공의 단초를 마련했다면, AI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 전략까지 제시할 수 있다. 뉴욕 대 등 미국 대학과 기업은 프로야구 AI 전략툴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AI는 경기장 내 노트북 사용까지 제한하는 야구 현실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경기장 밖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하지만, 선수영입과 팀 리빌딩, 중요 작전 수립에는 경기장 밖이라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오클랜드가 빅데이터의 가치를 알아본 것 처럼,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팀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쓸지 주목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