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위기의 전자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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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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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수출을 주도하고, 경제를 떠받치는 효자산업 역할을 해온 전자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자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판매가 부진하고, 부품업체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받는 상황이다.

아직 2분기 실적이 최종 집계된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전자 기업이 실적 감소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실시한 긴급 조사에 따르면 2분기 실적 감소를 예상한 기업이 80%를 넘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수출 위주로 성장해온 우리 전자산업에 큰 타격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자업계 기업 중 10곳 중 9곳 이상은 코로나19로 인한 주문취소나 수출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분기 경영 환경이 심각하게 악화됐지만, 사실 피해는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1분기 실적을 보면 절반 이상인 55%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가 2분기 연속 실적 급감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외부에서 전자산업이 어렵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유는 착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산업에는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다. 이들 대기업들 역시 코로나19는 심각한 위기요인이다. 특히 스마트폰, 가전 등 완제품의 경우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감했다. 하지만 대기업은 중소·중견기업에 비해 버틸 체력이 있다. 이들 기업이 전자산업 선두에 서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전자산업을 바라볼 때 탄탄해 보인다는 착시가 발생한다.

또 하나의 착시는 반도체 산업의 존재감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압도적인 세계 최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업에서 선전하면서 전체 전자산업 성과를 빛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2분기 양사의 반도체 사업 실적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등 언택트 수요가 급증하며 서버와 PC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지난대 동월 대비 7.1% 증가했다.

반도체 산업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은 삼성전자 경우를 봐도 두드러진다.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을 보이면서 2017년과 2018년 지날 때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 실적을 구가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2019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영억이익이 전년보다 80% 이상 감소했다.

대기업의 존재와 반도체 산업 영향이라는 착시를 걷어내고 다시 살펴봐야 중소·중견기업, 중소 부품회사들로 구성된 전자업계 위기감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전자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경영 위기를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정부에 긴급 지원을 건의했다. 전자업종을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에 포함시키고, 7조원 규모 유동성 긴급지원 등이 골자다.

앞선 전자업계 실태조사에서 나온 것처럼 80% 이상 기업이 실적 감소를 겪는 등 업계 피해가 광범위하다.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2분기 연속 실적 급감으로 인한 경영난도 심각하다.

그동안 한국 경제와 수출을 주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온 전자산업의 위기를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 업계가 생존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이후 다시 한국 경제 버팀목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향적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