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송왕호·양선일, '개콘 히어로, 소통으로 부활'

이달 26일 1050회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개그맨 송왕호와 양선일이 유튜브 채널 오도씨(Odossi)를 개설하고 길거리 콩트를 선보이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서울 모처에서 개그맨 송왕호·양선일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양선일·송왕호 제공
사진=양선일·송왕호 제공

송왕호는 2007년 SBS 공채로 데뷔해 2년간 '웃찾사'에서 활약하다 2012년 KBS 공채 27기로 적을 옮기며 갑을컴퍼니·나는 킬러다·가짜뉴스 등 '개그콘서트' 주요 코너에서 활약한 개그맨이다. 양선일은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 데뷔 이후 신보라·박성광·정태호 등과 함께 한 '용감한 녀석들'을 대표로 KBS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에서 중심축을 이뤄왔던 인물이다.

최근까지 KBS '개그콘서트'에서의 활약과 함께 지난해 말 개설한 유튜브채널 '오도씨'를 통해 성인용 동화와 삼행시, 시 짓기 등 재기발랄한 애드립 개그를 선보이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송왕호·양선일 두 개그맨은 인터뷰 동안 KBS '개그콘서트' 종영 소회와 함께 최근 바뀌고 있는 개그 트렌드, 그 속에서 펼쳐질 자신들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송왕호 인스타그램 발췌
사진=송왕호 인스타그램 발췌

▲개그콘서트에서 존재감을 발휘해왔다. 송왕호는 실험적 개그 코너가 눈길이 간다. 개그 인생을 이어오는 이유가 있는가.

-송왕호:미래 전망 같은 것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 개그맨의 꿈을 좇아 왔다. 25살 SBS 공채 데뷔 이후에도 '개콘'을 꿈꾸며 꾸준히 도전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실험적 개그가 많아 보이는 것은 제 스스로가 개그 연기 쪽보다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에 가깝기에 매번 고민하고 섭외하면서 출연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나는 킬러다' 같은 코너는 10분 만에 짜고 나왔지만 TV에서의 높은 시청률과 아프리카tv 중계 등 소셜 채널 속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개그콘서트 폐지와 함께 지상파 3사의 개그 프로그램이 소멸됐다. 소회가 어떤지.

-양선일:처음 개콘이 없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10년간 동료들과 울고 웃던 곳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많이 서운했다. 물론 지상파 예능과 드라마도 없어지는 상황에서 시청률이 안 나오는 개그 프로가 존속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해도 갔다. 우리를 위해서 방송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사진=송왕호 인스타그램 발췌
사진=송왕호 인스타그램 발췌

송왕호:코로나19로 인한 활동 제약과 함께 공개방송이 어렵게 된 것도 이유라 생각한다. 다만 경제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나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 서운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폐지설이 사실화된 것이 종영 3주 전에 이뤄졌다.
인지도가 있는 사람도 그렇고 유튜브를 막 운영하기 시작한 우리야 뭐라도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당장 생계가 막막한 친구가 많아졌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코로나19라도 없으면 행사나 오프라인 공연이라도 하겠지만 정태호·윤형빈·나몰라패밀리 등 내로라하는 개그맨 소극장까지도 적자로 인해 문을 닫은 상황이라 다들 막막한 상황이다.

▲개그콘서트 폐지에는 트렌드 변화도 한몫한다고 본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최근 개그 트렌드는 어떤가.

사진=양선일 인스타그램 발췌
사진=양선일 인스타그램 발췌

-양선일:호흡이 굉장히 빨라졌다. 김대희 선배가 하던 '대화가 필요해'처럼 길게 이야기하다 킬링 포인트로 웃기는 개그 스타일은 요즘 대중이 별로 원하지 않더라. 몇 초 안에 사람의 시선을 끌고 빠르게 웃음을 이끌어내는 개그 코드가 각광받고 있다. 마치 시 같은 옛날 노래와 빠른 흐름의 아이돌 음악을 비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송왕호:'개그야' '웃찾사' '개콘' 다 잘나갈 때는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써서 고급스럽게 포장한 개그들이 인기였다. 반면에 요즘에는 직설적으로 쉽게 다가가는 '숏폼' 개그 코드가 강세다. 우리 유튜브 채널 '오도씨'만 봐도 시청 시간 분석을 했을 때 짧은 시간에 치고 빠지는 개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짧고 직설적인 개그 표현을 거듭해나가는 게 요즘 트렌드 같다.

사진=송왕호 인스타그램 발췌
사진=송왕호 인스타그램 발췌

▲이런 개그 트렌드 속에서 두 사람이 주목하는 개그계 동료가 있다면.

-양선일:홍현호라는 친구가 재능 있다. 개콘에서 활동하다 여러 문제가 얽히면서 유튜버로 변신했는데 캐릭터도 좋고 재치도 있는 친구라 늘 관심을 갖고 있다.

-송왕호:홍훤이라는 개그맨도 주목할 만하다. MBC에서 데뷔하고 KBS로 왔는데, 소셜 채널에 뛰어들면서 아프리카TV 베스트DJ, 유튜브(괴도루빵) 등으로 활약 중이다. 정말 개그감도 좋고 입담도 세다.

사진=유튜브 채널 오도씨(Odossi)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오도씨(Odossi) 캡처

▲지난해 말 오픈한 유튜브 채널 '오도씨'로 구독자 6만을 돌파했다. 트렌드 반영과 함께 재기발랄 매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감회가 어떤가.

-양선일:개인방송으로 20만 구독자를 갖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여기는 상황이라 '오도씨'로는 더욱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송왕호:2017년 웃찾사 종영 이후 유튜버에 뛰어든 동료들이 엄청 성장해있는 상황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갇혀 있기보다 빠르게 도전해야겠다 싶어 양선일 선배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식당 같은 데서 개콘이 아닌 유튜브를 잘 보고 있다면서 간혹 서비스를 주시곤 하시는데 아직은 부족하다.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생각한다.

사진=유튜브 채널 오도씨(Odossi)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오도씨(Odossi) 캡처

▲채널 '오도씨' 방송을 봤다. 다소 수위는 높지만 흥미있는 콘텐츠가 많던데 어떤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나.

-양선일:개콘에서 한 번 코너로 보였다가 많은 비난을 듣고 간직해뒀던 '성인용 버전 동화'부터 프로그램 자체 심의에서 탈락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트렌드에 맞게 선보이고 있다. 소위 '선은 넘지 않으면서' 방송이나 대학로에서 보이지 못한 다소 수위 있는 아이디어와 매력을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송왕호:중간과정이 많은 개콘에서 구상만 해뒀던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콘텐츠를 채워가고 있다. 양선일 선배와 꾸준히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구독자 분들의 피드백을 적용해 그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구독자와 소셜 대중이 사랑해 주는 만큼 더욱 다양한 시도를 기획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오도씨(Odossi)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오도씨(Odossi) 캡처

▲채널 운영 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송왕호:기본 콘셉트가 우리 개그를 보는 일반대중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몰카형 콩트다. 처음에는 개그맨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가리고 찍었지만 요즘은 찍고 있으면 알아보시고 즐기시더라. 간혹 가수나 유튜버 분들이 찍히기도 하셔서 댓글 고정 등으로도 말씀드린 적 있다. 또 유튜브 플랫폼이다보니 해외에서도 반응을 보이면서 자막을 달아 달라고 하는 반응도 적지 않아 놀랐다.

-양선일:오페라 극단 운영자 남편을 둔 뉴질랜드 거주 교포께서 우리 콘텐츠를 재미있게 보고 자막을 선뜻 달아주겠다는 말을 해서 놀랐던 적도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오도씨(Odossi)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오도씨(Odossi) 캡처

▲트렌드에 민감한 장르인 만큼 유튜브 플랫폼을 거치면서 빠른 호흡과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힘들지는 않은가.

-양선일:아직은 자리 잡는 단계라 조금은 힘들긴 하다. 다만 잘 버티고 성장해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은 있다. 하면서 성과가 눈에 보이니까 성취감도 있다. 해보고 싶은 것을 바로바로 하면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소셜 대중에게 폭넓게 피드백을 받다 보니 개그 측면에서는 가능성이 더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뛰어난 후배도 유튜브로 진출해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다. 일반인 분도 다양한 장르에서 유튜브 플랫폼에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아이디어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송왕호:개콘에서 활동은 작가·PD·방청객 등 힘든 시절에 대한 핑곗거리가 많다. 다만 유튜브에서 만큼은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바로 해보고 피드백이나 보상이 빠르니까 어려움도 견딜만하다. 스스로가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고 보여주면 되는 것이기에 만족도도 생각보다 크다. 주변 지인이나 가족 응원을 생각하면 작은 어려움 쯤은 기분 좋은 스트레스라 생각한다.

사진=유튜브 채널 오도씨(Odossi)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오도씨(Odossi) 캡처

▲앞으로 행보는.

-양선일·송왕호:우선은 하고 싶은 개그 코드를 많이 선보이면서 대중과 호흡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 이슈가 잠잠해지면 오프라인 삼행시 경연대회 등 다양한 만남 기회를 열고 싶다. 다소 빠듯하지만 조금씩 제작비를 모으고 있는데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웹드라마나 콩트, 미니다큐, 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모 방송사에서 시작하는 개그 프로에도 합류해 개그맨으로서 다양한 모습도 꾸준히 선보일 생각이다.

사진=양선일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양선일 인스타그램 캡처

▲팬에게 한마디 하자면.

-양선일:개그계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 많은 개그맨이 여러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송영길·임재백·김혜경 등 코미디언이 만드는 독립영화와 함께 다양한 소셜 채널에서 활동하는 개그맨에게 주목해 달라. 개그맨 집단 전체가 대중과 더욱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펼쳐졌으면 한다. 대중도 유튜버로 도전하면서 새로운 소통을 즐겨보는 것도 권한다.

사진=송왕호 페이스북 발췌
사진=송왕호 페이스북 발췌

-송왕호:유튜브 채널 '오도씨' 구독과 '좋아요'를 많이 눌러주셨으면 좋겠다(웃음). 각자의 아이디어로 소통에 도전하는 모든 개그맨들의 모습에 주목해 달라. 함께 이야기하던 개그 동료들이 다시 합쳐질 수 있는 시간이 올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