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출사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입후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입후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직에 출마했다. 유 본부장은 “수십년 동안 쌓아 온 통상 경험, 지식, 네트워크를 WTO 개혁과 복원을 위해 활용하고자 한다”며 출사표를 내밀었다. 유 본부장 특유의 명확한 어조에 더해 비장감마저 묻어났다. 유 본부장은 1992년 총무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통상산업부로 옮긴 후 통상 분야에서만 일해 온 통상 전문 관료다. 통상산업부 첫 여성 사무관에 이어 산업부 첫 여성 국장 및 1급, 첫 차관급 공무원 등 '여성 1호'로서 굵직한 경력을 남겼다. 이 때문에 '한국의 칼라 힐스'로 불리기도 한다. 힐스는 지난 1990년대 초반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통상 협상을 주도한 여성 관료다.

그러나 수많은 '여성 1호'라는 수식어는 유 본부장의 업무 성과를 가린다. 현재 산업부 내에서 유 본부장만큼 관록 있는 통상 관료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싱가포르 FTA, 한·아세안 FTA 등 협상을 현장에서 경험했다. 통상교섭실장 시절에는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한·미 FTA 재협상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에도 효과 높게 대응했다. 성별을 떼어 놓고 보더라도 통상 관료로서 이 같은 경험과 업적을 쌓기는 쉽지 않다.

유 본부장이 경험과 관록을 바탕으로 WTO 사무총장에 선출되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유엔을 비롯해 세계은행, 세계보건기구(WHO), 국제해사기구(IMO)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을 배출했지만 유독 WTO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세 번째 고배는 들이키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통상 국가대표'로 나서는 유 본부장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물론 전 국민의 응원이 함께해야 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