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5G 보조금, 역대급 과징금-감경률...불법엔 '채찍' 투자엔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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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 512억원
광범위한 영업망 투입 문제 지적
재발방지대책-경제위기 등 고려
과징금, 통신 생태계 발전에 써야

[이슈분석]5G 보조금, 역대급 과징금-감경률...불법엔 '채찍' 투자엔 '당근'

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부과한 512억원 과징금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2014년 10월) 이후 역대 최대인 동시에, 역대 최고 감경률이 적용된 금액이다.

방통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해 선처했고 이통사는 중소기업·유통망에 대한 자금지원 등 7100억원 규모 상생협력 방안을 제시하며 화답했다.

이통사가 통신생태계 안정을 위해 투자를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정작 이통사가 지불하는 과징금은 일반회계로 편입된다. 통신산업과 이용자를 위해 쓰이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불법 지원금 방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통신사가 부담하는 과징금이 통신산업과 이용자를 위해 실질적으로 사용되도록 정책 개선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

◇단통법 이후 최대 과징금, 배경은

방통위가 이통 3사에 부과한 512억원 과징금은 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다. 이전까지 단통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은 방통위가 2018년 1월 이통 3사에 부과한 506억3900만원이 최대였다.

이통사가 5G 상용화 직후 초반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유통망에 광범위한 불법지원금을 투입한 것으로 분석됐다. 번호이동보다 기기변경에 약 60% 불법지원금을 투입하며 기존 가입자를 5G로 전환시키는데 주력했다.

방통위는 위반율과 위반 금액 기준으로 집계한 이통 3사 과징금 기준금액 총액은 775억원으로 집계했다.

이전 단통법 징계에서는 이통사가 특정 채널을 통해 과도하게 높은 지원금을 제공한 게 문제였다. 5G 상용화 경쟁에서는 평균 초과 지급액은 24만원대로, 과거에 비해 높지 않다. 다만 광범위한 영업망에 투입된 점이 과징금을 높인 원인이다.

방통위는 높은 기준금액을 설정한 동시에 감경률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설정했다. 45%를 감경해 SK텔레콤 223억원 KT 154억원, LG유플러스 135억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감경 사유로 △유통점 법자율준수제도 운영(10%) △방통위 조사 적극 협력(10%) △재발방지대책(25%)을 감안했다.

◇경제위기 극복 의지 반영

이통사 불법지원금 살포로 인한 단통법 위반 규모가 역대 최대였지만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인한 불가피성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상황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통 3사는 방통위 시정조치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유통망·협력업체에 대한 상생협력방안을 발표하며 코로나19 극복에 동참 의지를 드러냈다.

이통 3사는 하반기 약 7100억원 규모를 투입해 유통점과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 이통사가 과징금 징계 과정에서 경제위기 변수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협력 방안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이통사는 과도한 지원금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며 리베이트 이력추적 시스템등 자율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같은 제안은 방통위 상임위원 공감을 얻었다. 표철수 상임위원은 이통사의 상생협력방안을 과징금 감경규정에 명시된 재발방지대책 강화로 해석해 방통위 사무처가 제시한 안에 비해 5%를 추가 감경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모든 상임위원이 동의해 최종 감경률이 결정됐다. 방통위 입장에서도 범정부 과제로 추진한 5G 조기 상용화 과정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과도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다소 부담이었다. 법령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선처, 경감된 과징금 부담을 통신생태계 발전을 위한 투자로 전환해달라는 의지로 해석됐다.

이통사 불법행위가 명백한 상황에서 과도한 선처는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이통사가 하반기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자금을 집행하겠다는 약속을 믿어보자는데 상임위원 의견이 일치했다.

◇과징금, 통신산업 위해 사용돼야

이통사가 7100억원대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고 방통위가 선처의 중요한 이유로 삼은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통신생태계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통사 상생협력방안과 별개로 정작 이통사가 부담하는 과징금이 통신생태계를 위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통위가 이통 3사에 부과한 512억원을 비롯해 단통법 이후 이통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1400억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모두 일반회계로 편입돼 사용처가 불분명하게 됐다.

반면에 옛 정보통신부 시절 보조금 징계를 담당하던 통신위원회는 이통사 불법보조금 과징금을 '통신사업특별회계'라는 명목으로 관리했다. 특별회계는 당시 운영하던 정보화촉진기금과 별개로 통신이용자보호사업과 정보통신기술(R&D)에 활용됐다. 특별회계는 정통부 해체 이후 옛 방통위가 출범하면서 일반회계로 편입됐다.

기획재정부가 정부 세입·세출 관리를 일원화하기 위한 차원이었지만 통신사가 부담하는 과징금이 통신산업을 위해 쓰이지 않고 일반 세금 항목으로 섞여버리게 됐다.

이통사가 제출한 이행계획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과징금이 통신생태계를 위해 보다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정책개선 논의가 필요하다.

통신 전문가는 “과징금은 통신시장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로 인한 결과인 만큼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이용자 보호와 통신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사용되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