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모두 끝났다' 생각한 순간, 희망이 날아올랐다

영화 '#살아있다' 속 재난 해결사 드론

영화 #살아있다 포스터
영화 #살아있다 포스터

정체불명 괴질이 도시에 퍼지고 감염된 사람이 마치 '좀비'와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잠에서 깬 주인공은 뒤늦게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고립된 사실을 알아챈다. 전화나 문자도 안된다. 모바일 데이터는 물론 무선 인터넷도 먹통이다. 외부와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게 해준 모든 게 끊겼다.

홀로 남은 주인공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순간 건너편 아파트 생존자가 신호를 보내온다. 수십미터 떨어진 거리, 바깥에는 좀비로 가득 찼다. 둘 사이를 잇는 생존의 동아줄을 메고 드론이 날아오른다.

유아인·박신혜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에서 드론은 마지막 남은 생존자가 식량과 생필품을 주고받는 가교 역할을 한다. 좀비 창궐이라는 재난 상황에서 생존도구로서 드론의 면모가 엿보이는 장면이다.

군사용 무인항공기(UAV)를 총칭하는 드론의 개념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등장했다. 수명이 다한 유인 항공기를 공중 표적용 무인기로 재활용하다가 점차 적 기지를 정찰하고 정보수집을 하는 용도로 발전이 이뤄졌다.

군사·안보 분야 이외에 민간 영역에서 드론이 각광받기 시작한 건 2010년대부터다. 대표 분야는 영화와 드라마, CF 등 방송 산업으로, 저렴한 비용에 항공 촬영을 할 수 있어 전문 촬영 장비로 인정받는 추세다.

취미·레저용 드론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장난감 수준의 드론 완구부터 수백만원대를 호가하는 레이싱 드론까지 다양한 제품이 등장,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드론 또한 레이싱 드론 한 종류로 1인칭 시점(FPV)을 제공하는 고글을 착용, 드론에 달린 카메라로 전방을 보며 원격 조작 가능한 제품이다.

드론의 활약상이 가장 빛나는 곳은 재난 현장이다. 사람이 직접 가기 힘든 위험하고 외진 곳에 구호 물품을 보내거나 안전하게 수색 가능하다.

올 초 중국 드론 제조사 DJI는 코로나19 감역 확산을 방지하고 효과적 방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농업용 드론 '아그라스'를 투입했다. 중국 우한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위한 임시 병원을 건설하며 드론으로 야간 조명을 제공했다.

국내에서도 재난·안전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드론 솔루션 개발이 한창이다. 3월 SK텔레콤과 ADT캡스, 영상분석 솔루션 기업 이노뎁은 5GX 드론 솔루션 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미래 유망 사업인 드론에 5G 통신망을 연결, 공공 안전과 재난·산업시설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전주대 김동현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4G·5G 재난 드론 상용화에 성공했다. 와이파이 주파수 를 사용하는 일반 드론과 달리 롱텀에벌루션(LTE)과 5G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조정거리에 제한이 없다.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2022년 43조2000억원, 2026년 90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앞으로 10년간 드론 산업이 17만명 규모 고용 창출과 29조원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아직까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드론 활용 분야와 수요는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머지않은 미래에는 집집마다 생활 필수품으로 드론 한 대씩 구비하는 '마이 드론' 시대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