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박관병 이지렌탈 대표 "실패한 아이템, 포기 말고 재도전해야"

박관병 이지렌탈 대표
박관병 이지렌탈 대표

“대용량 공기청정기도 실패한 아이템에서 나온 사업 아이디어입니다. 좋은 아이템도 때가 맞지 않으면 실패하는데,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1999년 대위로 군에서 전역한 박관병 이지렌탈 대표는 형인 박무병 현 이지렌탈 회장이 일하는 용산 전자상가를 찾았다. 형은 당시 전자상가에서 조립PC를 판매하는 '터보정보통신'이라는 업체를 운영했다. IMF 직후라 나라는 어수선했고 사업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다. 박 대표는 형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렌탈회사를 창업하게 되었다. 저렴한 가격에 PC를 빌려주면 손님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박 대표는 “당시에는 렌털 개념이 희박해 렌털 업체가 거의 없었다”면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라고 그때를 돌아봤다.

3년 후 기회가 찾아왔다. 2003년 대구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대규모 PC를 납품했다.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이지렌탈은 자신감과 신뢰라는 자산을 얻었다. 이후 선거 때마다 각 캠프에 PC는 물론 프린터, 사무용가구 등을 공급하며 B2G, B2B 전문 렌털업체로 성장했다. 지금은 300여개 제품을 빌려주는 종합렌털사가 됐다.

창업 20주년을 맞은 박 대표는 '제2도약'을 위해 '대용량 공기청정기'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이 카드로 올해 연매출 300억원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꿈에 부풀었다.

사실 대용량 공기청정기는 '망한' 아이템에서 나왔다. 10년 전 신사업부를 만들고 공조기를 도입했는데, 시대를 앞서간 통에 손해를 보고 부서를 해체해야 했다. 지금처럼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아 시장의 반응이 냉담했던 것. 그러다 3년 전 박무병 회장이 공조기 사업 경험을 살려 대용량 공기청정기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박 대표는 2년여 만에 자체 기술로 국내 최초 대용량 공기청정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개발센터에 연구원 10여명을 두고 연구에 매달린 성과다. 특허 1건을 획득하고 2건을 출원 중이다. 기술 보호를 위해 본체와 필터를 각각 청라와 파주 공장에서 전량 생산한다.

박 대표는 “일반 공기청정기는 50평(165㎡)형대가 가장 큰데, 우리는 최대 1000평(3305㎡)대 제품까지 만들었다”면서 “인증 방법이 없어 조달청 등록을 하기까지 1년이 걸렸을 정도로 새로운 제품”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실내공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용량 공기청정기 문의가 쇄도했다. 부산지하철역사에 258대를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역, 용산역, 동탄역, 수서역 등에 제품을 공급했다. 마침 외부 도움을 받아 기술력이 더 좋아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세균과 바이러스를 99% 제거해주는 반영구 항균·항바이러스 필터 기술을 이전받은 것이다. 광촉매 필터를 적용한 신제품 '유니Q 에어큐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맞아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이 제품 25대를 대구시에 보내기도 했다.

박 대표는 “대용량 공기청정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해외에도 많지 않기 때문에 올해부터 수출에도 힘을 쓸 것”이라면서 “미국과 일본, 동남아, 중동, 남미 등에 하반기부터 수출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