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 머릿속에 들어갈 수 있다면?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 네이버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

어릴 적, 만화라는 장르는 일부 마니아층의 것이었고 어른들에게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반적인 책과 비교해서도 마이너 한 장르의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온라인으로 그 시장을 옮겨 온 만화는 빠르고 손쉽게 소비될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바쁜 현대인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웹툰(WEBTOON)'이라는 단어가 생겨난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웹툰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cartoon)'을 붙여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요즘은 인터넷상의 모든 만화를 '웹툰'이라고 칭하지만 한때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웹툰이라 부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포털사이트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의 카데고리에도 웹툰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NAVER 만화'라는 카테고리를 두었고 다음 카카오는 '만화 속 세상'이라는 이름의 영역으로 웹툰을 다루다가 얼마 전 아예 'Daum WEBTOON'으로 그 명칭을 바꿨다.

21세기에 들어 강풀, 김풍, 양영순, 조석, 주호민, 지강민, 캐러멜 등 수많은 인기 웹툰 작가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다른 장르의 소재로 활용되며 그 입지를 굳혀 왔다. 웹툰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몰래 읽던 만화와는 다른 차원의 콘텐츠로 정착되어 원 소스 멀티유스 (one source multi-use)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고 있다.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기자 간담회. 왼쪽부터 지성욱 대표, 이동건 작가, 김철식 감독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기자 간담회. 왼쪽부터 지성욱 대표, 이동건 작가, 김철식 감독 / 사진 : 정지원 기자


더 이상 마이너 리그가 아닌 메이저 리그로 급 부상한 웹툰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연재되고 있는 이동건 작가의 웹툰 '유미의 세포들'은 누적 조회 수 30억 뷰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의 인기 웹툰으로 원 소스 멀티유스에 최적화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 유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직접 세포들을 만날 수 있는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될 예정에 있는 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전시와 된다는 소식에 기대가 컸다. 지금까지 많은 인기 웹툰들이 전시의 일부로 사용된 적은 있지만 동명의 타이틀로 단독 전시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주최하는 미디어앤아트 지성욱 대표는 해외 라이선싱이 가능한 일상툰이 전시에 적합하다 생각했고 때문에 '유미의 세포들'을 전시의 주제로 선정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디어앤아트는 이미 대만과 홍콩, 중국 등에 전작인 '앨리스 : 인투 더 래빗 홀'을 수출하여 성공적인 선례를 만든 바 있다.

오늘부터 관람객들을 맞이하게 되는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은 종로구에 위치한 '그라운드시소 서촌'의 개관 전이기도 하다. 건물의 세 개 층을 활용해 섹션을 구분해 놓은 이번 전시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명이거든'이라는 이름을 가진 첫 섹션과 '미안하지만 나는 원칙 따져가며 일 안 해'의 두 번째 섹션, '오직 유미의 행복을 위해서. 포 유미!'라는 타이틀의 세 번째 섹션으로 이루어져 관람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총망라해 공간을 채워 넣은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은 주인공 '유미'의 머릿속 세포들이 실물(?) 사이즈로 표현되어 있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유미의 머릿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2층에 위치한 첫 번째 섹션에서는 유미와 세포들의 TMI를 대방출해 기존 웹툰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웹툰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게 유미와 세포들에 대해 설명해 준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찐팬이라면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유미 고시'에 도전해 볼 것을 추천한다. '유미 덕력 평가 문제지'라는 서브 타이트를 가지고 있는 문제지를 풀어보며 자신의 덕력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 이동건 작가도 만점을 받지 못했을 만큼 난이도가 상당하니 점수가 낮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트숍에서 판매되는 전시 도록에 더 많은 문제들과 친절한 해설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자신이 진정한 유미 덕후라고 생각된다면 도록을 구입해 전시 감상 후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녹색을 좋아한다는 우리의 '무빙건' 작가 이동건에 대한 소개 역시도 첫 섹션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전공과 취미, 특기 외에도 최고의 사치, 최고의 음식, 인생 영화, 우선순위 등이 전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유미의 프라임 세포인 '사랑 세포'와 '작가 세포'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사랑 세포'와 관련해서는 웹툰 속 유미의 남자들 '구웅', '바비', '순록'에 대한 다양한 전시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각 캐릭터들의 출몰지역을 매핑화하여 유미와 세 남자의 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영역과 구 남친 바비를 샌드백에 프린팅 해 펀치를 날려 볼 수 있게 한 영역이 인상적이었다. '작가 세포'는 유미의 성장통이 담긴 일과 사랑에 대해 다루며 지나간 추억들을 곱씹게 한다. VDMX 매핑으로 재구성된 유미의 방 안에서 나 자신이 유미가 되어보는 진귀한 경험도 해볼 수 있다.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4층에 위치한 세 번째 섹션이 세포들의 본거지 세포 마을이다. 응큼 세포와 난폭 세포, 출출 세포, 본심 세포, 마음의 평화사절단 등 유미의 머릿속에 살고 있는 세포들이 공간에 배치되어 웹툰으로만 보아 왔던 캐릭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말풍선 또한 준비되어 있어 '유미의 세포들' 웹툰 속 또 다른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자신의 프라임 세포를 찾는 인터랙티브 게임이나 엔도르핀 세포의 공연, 두근두근 게이지를 측정할 수 있는 키네틱 인스톨레이션 등 최신 기술력으로 중무장한 다채로운 체험코너가 있어 단순한 전시라기보다는 놀이공원에 놀러가 어트랙션들을 이용하는 것과 비등한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 1회 입장 50명 한정으로 안전한 관람을 도모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염려를 빠뜨리기는 어려운 것 같다. 많은 문화업계의 종사자들이 그렇듯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역시도 전시의 기획 단계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기는 어려웠을 터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되어 온 만큼 전시 오픈 전 이러한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은 온라인 사전 시간 예약제도를 두었다. 입장 시간을 20분 간격으로 하여 1회에 50명의 관람객만을 입장시키는 시스템이다.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오픈 시간을 기준으로 따져 본다면 하루에 26회차의 입장이 진행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하면 하루 입장객을 1300명 이하로 제한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매 회차마다 50명을 꽉 채울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의 이와 같은 예약제도는 지극히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한 초강수를 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미디어앤아트의 이전 전시들은 관람객 25만 명을 훌쩍 넘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바 있고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역시도 전작들에 비해 더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8개월여의 전시 기간 동안 하루에 1300명 이하의 관람객만을 수용한다고 하면 어림잡아 20만 명 정도의 관람객만을 받는 셈이 되고 이는 전시를 주최하는 입장에서 상당한 손해일 것이다.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가득한 전시장이 아니기에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비교적 쾌적한 관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시스템이지만 전시를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더 많은 관람객을 수용해야 이익을 더 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이 관람객의 안전한 관람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이 열리는 '그라운드시소 서촌'은 건물 중심에 자연친화적인 연못과 식물들이 위치하여 도심 속 작은 수변공원을 연출한다.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꼭대기 층인 4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감상할 수 있는 수변공원의 풍경도 제법 매력적이다.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 사진 : 정지원 기자

​전시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유미와 세포들을 통해 되돌아보며 온전한 '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다. 힘들고 지친 일상 속 '그라운드시소 서촌' 전시장을 찾아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감상하며 힐링과 자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전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기 웹툰을 주제로 하고 있어 친구나 연인, 가족 누구와 동행해도 좋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혼족들에게도 의미 있는 관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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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