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소재부품 무역수지 갈수록 악화…반도체 제외한 흑자 5년새 72% 급감

<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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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재·부품의 대 중국 무역수지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디스플레이 패널, 발광다이오드(LED) 칩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을 내재화하면서 국내 업체의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소재·부품은 증가한 탓으로 풀이된다. '세계의 공장' 중국으로의 수출 길이 좁아지면서 국내 소재·부품 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를 제외한 대 중국 소재부품 무역수지 흑자는 83억달러(약 10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6년 동안 기록한 무역수지 흑자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무역수지 흑자가 가장 컸던 2015년(301억달러)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으면서 5년 새 무려 72.4%나 감소했다.

국내 소재부품 대중국 무역수지.
국내 소재부품 대중국 무역수지.

반면에 대 중국 소재·부품 수출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무역수지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불황기를 겪으면서 한풀 꺾이긴 했지만 지난 6년 동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에 따라 '반도체 착시효과'를 제외할 경우 국내 소재·부품의 대 중국 수출 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국내 업체에 비해 눈에 띄게 우위에 놓이게 된 분야는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패널과 LED 칩 분야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중국의 BOE, CSOT 등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LCD 분야를 장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제조사가 주도하던 LCD 시장에서 BOE가 25% 가까운 점유율로 1위를 빼앗으면서 자국 시장 내재화와 가격 경쟁력 확보에 성공했다.

LED 시장도 마찬가지다. TV와 조명용으로 쓰이는 LED 칩은 삼성전자, LG이노텍 등 국내 대기업이 주도하던 업종이었지만 싼안광뎬 등 중국 회사들이 단가를 대폭 낮춘 제품으로 내수와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 업체 영향력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국내 LED 칩 업체들은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조명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본이 있는 대기업이 LED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국내 중소 조명 업체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반도체 무역수지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창신메모리, YMTC 등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업체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소재·부품 생태계를 굳건하게 하지 않으면 중국과의 차세대 정보기술(IT) 분야 경쟁에서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진단된다.

중국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 투자가 지지부진한 사이 중국의 여러 기업이 관련 기술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전기차 등 전자장치 대량 양산 시대가 왔을 때 우리나라가 조립만 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