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3년만에 한국 ESS 시장 진출 잠정 보류..."배터리, 시스템 일체형 국내 인증 체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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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2018년부터 추진하던 국내 ESS 시장 진출을 위한 인증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테슬라 제품이 한국 인증 규격과 맞지 않아 인증 자체가 늦어진데다가 코로나19 등이 겹치며 시장 전망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 제품처럼 배터리와 시스템이 일체화된 제품의 국내 인증 규격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지난 3년 동안 진행했던 국내 ESS 인증 작업을 중단하고, 최근엔 국내 관련 업체와의 협력 계약까지 해지했다.

테슬라가 호주에 구축한 신재생에너지 연계형 대용량 ESS.
<테슬라가 호주에 구축한 신재생에너지 연계형 대용량 ESS.>

테슬라는 2018년 본사 담당을 포함한 국내 ESS 사업조직을 꾸리고, 제품 판매를 위한 시장 조사와 함께 신세계 등과 구축·운영까지 논의했다. 같은해 중반부터 국내 인증에 착수했지만, 당시 연이어 발생한 ESS 화재사고로 KC인증 진행이 중단됐다. 정부가 화재 사고 방지를 위해 KC인증 기준을 강화하면서다.

결국 2019년 하반기에 새로운 KC인증 규격이 나오면서 2~3차례 시도 끝에 2020년 초 KC인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연계를 위한 필수 항목인 한국전지산업협회(KBIA) 단체표준 인증 절차에 또 다시 막혔다.

테슬라는 KC인증과 함께 KBIA 인증절차에 나섰지만, 이 표준 방식으로는 테슬라 제품을 인증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KBIA 표준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를 포함한 직·병렬의 배터리에 최적화된 인증평가라 배터리 모듈단위로 안전·제어장치가 포함된 테슬라의 배터리시스템에 대한 평가 자체가 어렵다.

이 제어장치는 배터리 모듈 별로 SOC(State of Charge), SOH(State Of Health)를 실시간 파악해 배터리 상태에 따라 충·방전 역할을 조율하는 장치다. 이는 우리나라 제품에선 볼수 없는 새로운 구조다.

이에 전지산업협회는 테슬라 측과 인증방법 구체화에 나선 상태지만, 3년째 양측이 납득할 만한 답을 못 내고 있다. 여기에 국내 불안한 ESS 시장 상황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인증 사업 잠정 중단을 결심했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 인증은 배터리만 국한된 기본 성능 평가인데 테슬라 제품은 배터리에 제어장치가 있다보니 인증할 방법이 없다”며 “협회가 작년말에 인증방법을 내놨지만, 협회의 일방적 방식일뿐 기존에 북미 등 다른 국가에서 했던 방법과는 달라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협회 측은 “테슬라 제품이 국내 없던 제품이다 보니 새 인증체계 마련에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이미 작년말 인증에 필요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며 “(테슬라)제품 인증을 위해 PCS까지 포함한 ESS 전체 시스템 인증 방법을 마련해 시장 진출을 최대한 돕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ESS 제품은 배터리와 PC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각각의 시스템을 설치 현장에서 하나로 조합해 최종 제품화를 하지만, 테슬라 제품은 애초부터 배터리·PCS·EMS 일체형이다. 또 다양한 환경의 화재 등 시험을 거쳐 이를 제품 설계해 반영했고, 6개월 단위로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펌웨어 작업을 주기적으로 지원한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배터리는 단위전지를 넘어서 전기차나 ESS 등 '복합 시스템'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단전지의 기본 성능 인증은 요식행위에 불과해 폐지가 마땅하다”며 “네거티브 규제로 진입장벽은 낮추고, 사고 발생 시 사후 책임 강화로 가는 게 국내 이차전지 산업 체력을 키우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