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24>제품 종류를 늘리면 진입장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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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24>제품 종류를 늘리면 진입장벽이 된다

어렵게 창업한 뒤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두고 난 뒤에도 고민은 계속된다. 자사 제품의 성공을 눈여겨 본 여타 회사가 유사 제품을 대거 출시하거나 카피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특허나 실용신안과 같은 지식재산권에 근거한 제품과 서비스가 아닐 경우에는 주변 회사들이 유사 제품을 쉽게 복제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곧이어 회사 매출은 다시금 줄고 회사는 다시 적지 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용한 대안은 없을까?

기업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경쟁 자체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기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방법으로 진입장벽을 들 수 있다. 진입장벽이란 타 기업이 특정 산업에 진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을 말한다. 흔히 진입장벽은 규모의 경제, 중요 자원의 소유권, 지식재산권 확보, 정부의 인·허가 등으로 형성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 회사가 다수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 또한 신규 기업의 진입을 막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라면 산업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4개 회사가 200여개에 이르는 라면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출시된 라면 종류는 매운 정도와 양념에 따라 구분되어 팔리는 것을 모두 고려할 때, 200여 가지에 달하는 라면이 출시돼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특이점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들 200여개 라면 대부분이 단 4개 회사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상위 라면제조회사 4곳 시장점유율 합계는 거의 100%에 가깝다고 한다. 이들 상위 라면제조회사의 시장지배력은 막강하다.

실제로 라면을 제조하는 회사는 소수 몇 개 기업이지만 많은 소비자가 라면을 고를 때는 해당 제조회사 상호를 보고 고르는 것이 아니라 라면 브랜드를 보고 고르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 라면을 출시할 경우 새로운 경쟁자 진입을 막으면서 고객 수요에 지속적으로 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라면 시장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리얼 또한 마찬가지다. 마트에 가면 여러 종류의 시리얼을 보게 된다. 이들 시리얼은 제각기 맛이 다르거나 기능성에 차이가 있다. 누구나 이처럼 다양한 시리얼 중에서 어떤 것을 고를지 고민해 본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시리얼 종류는 이렇게 다양한데 이들 시리얼을 만드는 제조사는 두세 곳 회사뿐이라는 사실이다. 소수 회사가 수많은 종류 시리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특정 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수 기업이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신규 기업 진입을 막기 위한 전략인 경우가 많다. 물론 특정 회사가 다양한 브랜드를 출시하는 이유를 모두 신규 기업의 진입을 막기 위한 진입장벽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라면의 경우에도 소비자의 입맛이 변해감에 따라 이에 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신종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과정에서 새로운 브랜드가 양산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웰빙 라면을 표방하는 새로운 라면이 연이어 출시된 바 있다. 프리미엄 라면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라면을 출시하면 이로 인해 신규 기업이 라면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를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