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07>소부장 강국으로 가는 길, 상생협력이 먼저다

김순철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김순철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1년여 전 일본 정부가 갑작스레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 한국 수출 규제를 가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소부장 특별법 전면 개정, 경쟁력위원회 출범 등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핵심 품목 국산화 및 수입처 다변화 노력을 이어 오고 있다.

특히 경쟁력위원회 산하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상생협의회는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전기전자·기계금속·기초화학 등 6개 업종의 수요·공급 기업, 산·학·연 전문가, 협회·단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상생협의회는 우수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선정해 대기업, 벤처캐피털(VC), 정책금융기관 등 대상으로 '피칭데이'를 개최하고 참여 중소기업이 수요 기업인 대기업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기술구매상담회'를 주관했다. 이를 통해 수요 기업인 대기업과 국산화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직접 만나 상생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 제공했다.

상생협의회 실무지원 기관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하 협력재단)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 발굴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3차와 4차 경쟁력위원회에서 기계·금속 분야 3개 모델, 반도체 분야 3개 모델을 승인받아 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숙제는 아직도 산적해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국내 소부장 경쟁력은 2020년 6월 기준 91.6 정도에 불과하고, 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일부 핵심 소재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수입이 늘어나는 등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대·중소기업 간 협력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장기 거래를 통한 공급망 구축이 핵심인 소부장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내 소부장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수요 연계형 과제 발굴을 통해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협력재단은 이러한 차원에서 상생 협력 대표 모델인 성과공유제를 통한 소부장 국산화 과제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과공유제를 활용한 소부장 국산화는 아직까지 발전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활발히 이뤄진다면 더 많은 소부장 국산화 성공 사례와 장기 경쟁력 확보에 큰 발판이 될 것이다.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소부장 정책으로 핵심 소재의 일부 국산화, 수입 다변화 등 소부장 국내 공급망 안정에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 및 공세 강화 대응을 위한 '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했다. 이러한 소부장 2.0 전략이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 간 상생 협력이 우선이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 기업 내부 혁신만으로는 외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분업화 협업을 이뤄 나갈 때 비로소 우리 경제와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그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처럼 정부도 단기간의 성과에만 치중하기보다 긴 안목 차원에서 연속성 있는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기술 혁신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상생경영을 펼쳐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산화 성공 중소기업이 국내외 공급망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육성하고 함께 성장하는 동반 성장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야말로 소부장 강국으로 도약하는 지름길임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김순철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ksc@win-wi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