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스마트단말 '스펙 알박기'에 中企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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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 입찰 조건에 '2.5K 해상도' 명시
충족 기기 '삼성 갤럭시 s5e'밖에 없어
업계 "정당한 경쟁 기회 달라" 불만 폭주
NIA "최대한 높은 스펙 도입 필요" 해명

초·중학교 학생들의 디지털 교과서에 사용될 정부의 '스마트단말기 도입사업'에서 특정 대기업의 태블릿 제품만 납품이 가능, 중소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입찰 공고 전에 공개한 '학교 스마트단말 도입사업(5차) 제안요청서'에 대해 이의 제기가 줄을 잇고 있다.

이 사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육부의 '학교 무선인프라 구축사업'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단말기를 구매해서 학생들에게 보급하는 게 핵심이다. 일선 초·중학교 교원과 학생들의 멀티미디어 학습에 사용될 예정이다. 사업 규모는 448억원이다.

NIA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태블릿 기기의 주요 스펙으로 WQXA(2560×1600)의 2.5K 해상도를 명시했다. 이 스펙을 총족시키는 기기는 국내에 삼성전자 갤럭시 s5e 제품 한 종밖에 없다. 현재 아이패드를 포함해 국내 다수의 태블릿 기기는 2K 해상도(2048×1536)를 지원한다.

학교 스마트단말 '스펙 알박기'에 中企 반발

업계는 나라장터에 5차 사업 규격에 대한 의견등록란에 '사실상 특정사 제품만 지원 가능하다' '다양한 제조업체에 정당한 기회를 달라' '삼성전자 제품을 두고 여러 지원사업 참여 업체가 가격경쟁만 하는 꼴이다' 등의 불만을 게시했다.

이보다 앞서 진행된 동일한 내용의 4차 사업에서도 이 같은 조건으로 '스펙 알박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특히 다양한 운용체계(OS) 가운데서도 안드로이드만 2.5K로 해상도를 높인 것에 불만이 높았다. 아이패드는 해상도 2K를 유지했다. 결국 제품 전환이 제한적인 다수 중소기업은 사업 참여를 포기했고, 삼성 갤럭시 제품으로 지원한 롯데정보통신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같은 삼성 제품으로 입찰에 참여한 중소기업 아이티아이즈는 제품이 같은 데도 기술평가에서 큰 점수 차를 보였다. 게다가 NIA에서 추진하는 사업과 동일한 내용으로 시·도 교육청에서 별도 진행하는 사업에서는 권장 해상도가 2K라는 점에서 업계는 더욱더 의구심이 든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업 참여 희망 중소기업은 물론 기술 혁신 중소벤처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벤처기업협회는 NIA 측의 중소벤처기업 일방 배제, 대기업 몰아주기 식 정부 공공조달 행태에 항의했다. 최소 사항과 권장 사항을 구분하지 않은 점도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4차 입찰에 참여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향후 차별이나 불이익 가능성 때문에 공개 항의도 못한다”면서 “결국엔 스스로 자사 제품을 포기하고 검증된 삼성 제품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계 주장에 대해 NIA 측은 디지털 교과서 전담 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실감형 콘텐츠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기준을 반영했다고 답했다. 2.5K 해상도를 지원하는 태블릿 기기가 특정 제품 하나밖에 없다는 점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NIA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이 앞으로 5년 이상 사용해야 하는 데다 실감형 콘텐츠와 디지털 교과서 등을 원활하게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높은 사양의 단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정 업체 대상으로 제품을 선정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업계의 이의 제기에도 당장은 입찰 스펙 변경 등 계획이 없다. NIA는 꾸준히 제품 사양을 높여 가면서 제한된 예산으로 질 좋은 제품 보급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