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등장한 냉전 체제는 군사를 통한 전쟁이 아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의 대립과 우열을 겨루는 것들을 의미했다. 1989년 지중해상의 작은 공화국인 몰타에서 미국과 소련의 정상이 모여 냉전의 종식을 선언하면서 동유럽의 공산 정권이 연이어 붕괴하였고 1990년에는 동독과 서독을 나누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였던 독일이 온전한 하나의 나라가 되었다.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이자 '소련'이라 불렸던 소비에트 연방 역시 1991년 공산당의 해체와 함께 사라지고 독립 국가 연합이 구성되면서 냉전 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언론시사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언론시사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검색 포탈 다음의 웹툰으로 시작된 '스틸레인'은 마지막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를 이야기한다. 한반도가 가질 수밖에 없는 전쟁위기에 대한 내용을 담은 웹툰 '스틸레인'은 원작자인 양우석이 메가폰을 잡아 2017년 '강철비'라는 제목의 영화로 재탄생 되었고 관객 수 500만에 조금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사실 양우석은 2013년 개봉된 영화 '변호인'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고 천만 관객을 돌파해 여러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은 바 있어 차기작이었던 '강철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북위원장이 치명상을 입고 남한으로 내려온다는 믿기 어려운 설정에 전작과 같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 포인트를 가져오지는 못한 것으로 보였다.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웹툰 '스틸레인'을 바탕으로 한 영화 '강철비'는 너무나 만화 같은 이야기였고 실제 만화의 그것을 가져왔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 '강철비2: 정상회담'을 이해하는 방법

전편인 '강철비'가 만화를 뿌리로 하는 만화 같은 이야기로 관객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난항을 겪었다면 '강철비2: 정상회담'은 조금 더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기에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상을 해본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언론시사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언론시사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와 주변국 그리고 국제 정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어야 양우석 감독의 그럴싸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실제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설정만을 놓고 본다면 허무맹랑할 수도 있는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을 이해하려면 양우석 감독이 이야기하는 네 가지의 시뮬레이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볼 필요가 있다. 냉전의 종식 이후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분단국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영화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언론시사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언론시사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세계의 유명 석학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남한과 북한의 향후 행보는 양우석 감독이 '스틸레인' 유니버스에 담고자 하는 주제와 같은 결을 가진다. 긴 시간 동안 남과 북이 대치되어 온 만큼 분단의 끝은 전쟁으로 발발되거나 그로 인해 핵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협상을 통한 평화체제의 구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지금까지처럼 요지부동으로 독단적인 걸음을 걷는다면 국제 평화기구인 UN이 제제를 가해 북한의 체제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는 노릇이다. '강철비' 시리즈는 양우석 감독이 이러한 남북의 이후 발전 가능성을 영화라는 영상 콘텐츠에 녹여낸 작품이라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 전작의 상호보완적인 속편 '강철비2: 정상회담'​

오늘 개봉되는 '강철비2: 정상회담'​은 2017년 개봉작 '강철비'와 완전히 다른 스토리를 가진다. 심지어 전작에서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를 연기했던 정우성이 이번 영화에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한다.

'강철비'에서 남한의 외교 보안 수석 '곽철우'역을 맡았던 곽도원 역시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는 반역을 꾀하는 북측의 호위 총국장으로 분했다. 전작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북한 공작원 '최명록'을 연기했던 조우진은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목소리를 맡았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언론시사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언론시사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이렇게 전작 캐릭터들의 남과 북 진영을 완전히 반대로 뒤바꾼 것에서도 양우석 감독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남북의 입장이 서로 뒤바뀌어도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점이다.

양우석 감독은 우리나라가 남과 북으로 나뉜 것 자체가 우리의 손으로 이룬 것이 아니며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미국과 중국과 러시아와 일본의 외교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미국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에게 일어날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작 '강철비'가 남과 북의 전쟁 가능성과 핵분장에 대해 다뤘다면 '강철비2: 정상회담'​은 결코 쉽지 않은 평화체제로의 발걸음과 북한의 정권 분쟁 가능성을 다룬다. 전편과 속편을 통해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처할 수 있는 네 가지의 현실을 영화라는 틀 속에서 모두 구현해 낸 셈이다.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언론시사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언론시사회 / 사진 : 정지원 기자

​'강철비2: 정상회담'은 여름 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잠수함 액션과 젊은 북위원장으로 분한 유연석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극장에 가서 볼만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지는 커다란 가치를 제대로 느끼고자 한다면 냉전 종식 후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가져온 분단국의 아픈 역사를 미리 공부하고 관람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 작품 '강철비2: 정상회담'​​. 만화가 원작인 허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치부하기에는 '강철비2: 정상회담'​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가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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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