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립에 414억 부당이익" SPC 허영인 총수 고발·647억 과징금...통행세 끼워 빵값 올라

[그래픽=공정거래위원회]
[그래픽=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SPC'가 통행세 등을 통해 'SPC삼립(이하 삼립)'에 7년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647억원 부과하고, 허영인 총수와 법인을 고발했다.

총 414억원 상당 이익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빵 제품가격을 높여 소비자후생과 밀가루·액란시장 중소기업 경쟁력까지 침해했다.

통행세는 실질적 역할을 하지 않는 회사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중간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총수일가가 지배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공정위는 29일 기업집단 SPC 계열회사들이 삼립을 장기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삼립에 414억 부당이익" SPC 허영인 총수 고발·647억 과징금...통행세 끼워 빵값 올라

당국은 기업집단 SPC계열회사들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SPC삼립(78.9%)을 위해 통행세 거래, 판매망·주식 저가양도 등으로 부당 지원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계열사들이 삼립을 지원한 이유로 “SPC는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이므로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크라상의 지분율은 허영인 63.5%, 이미향 3.6%, 허진수 20.2%, 허희수 12.7%으로 구성돼 100% 총수일가 지분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립의 매출을 늘려 주식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

사실상 삼립의 주식가치를 높이면 2세들이 보유하는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분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공정위는 SPC의 통행세 거래에 주목했다.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이하 3개 제빵계열사)는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가 생산한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을 거래구조상 역할이 없는 삼립을 통해 구매하면서 총 381억 원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3개 제빵계열사는 연 평균 210개의 생산계열사 제품에 대해 9%의 마진을 삼립에 제공했다. 문제는 삼립은 생산계획 수립, 재고관리, 가격결정, 영업, 주문, 물류, 검수 등 중간 유통업체로서의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밀가루의 경우, 비계열사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저렴함에도 제빵계열사는 사용량의 대부분(2017년 기준 97%)을 삼립에서 구매했다. 당국은 이같은 행위가 총수 주도하 주도면밀하게 진행됐다고 봤다. 계열사인 밀다원 주식을 저가양도한 거래도 포착됐다. 지난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각자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함으로써 삼립에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하는 경우 밀다원이 삼립에 판매한 밀가루 매출이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23조 1항 제7호 불공정행위 금지 조항을 적용했다.

이번 조치는 통행세거래 등 대기업집단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사례다.

공정위는 과징금 총 647억원(삼립 291억4400만원, 파리크라상 252억3700만원), 에스피엘 76억4700만원, 비알코리아 11억500만원, 샤니 15억700만 원)을 부과하고 통행세 거래 혐의로 법인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와 허영인 SPC 총수, 조상호 전 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를 고발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