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제조 2.0(下)]AI+데이터 무장한 중소 제조업...'마이 제조 데이터' 시대 열린다

중기부, 2022년까지 'KAMP' 구축
데이터 수집·솔루션 제공까지 연결
규제완화·진흥기관 지정 등 포함
올해 제조혁신 관련 법률 제정

스마트제조2.0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개별 스마트공장의 고도화 뿐만 아니라 제조 중소기업 현장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클라우드에서 즉각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별 스마트공장과 디지털 클러스터에서 제조데이터를 전용 클라우드에 수집·저장하고 규격화된 데이터셋 형태로 축적, 각 업종에 걸맞은 공정·품질 개선과 제품 개발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마이 제조 데이터'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인프라, 전문가, 기업지원 서비스가 긴밀하게 연결돼 중소 제조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 역시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스마트제조 2.0(下)]AI+데이터 무장한 중소 제조업...'마이 제조 데이터' 시대 열린다

◇활짝 열린 마이 제조 데이터 시장...뿌리기업, AI로 대변신

중소벤처기업부는 마이 제조 데이터 인프라 마련을 위해 민관협력 'AI 중소벤처 제조 플랫폼 (KAMP)'을 2022년까지 구축한다. AI 스마트제조 플랫폼에서는 제조 중소기업의 데이터 수집·분석부터 AI 솔루션 개발·확산까지 클라우드를 통해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KAMP를 통해 수집한 양질 데이터는 전문가 분석 등을 거쳐 중소기업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AI 표준모델 개발에 쓰인다. AI 활용 가능성과 산업 파급효과가 큰 뿌리기업 대표 설비를 시작으로 여타 50개 중소 제조분야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중기부에서는 특히 금형 분야 핵심 설비 'CNC머신', 소성가공 분야 '사출기', 열처리 분야 '머신비전', 주조 분야 '프레스' 등에 우선 AI 표준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머신비전, 예지보전, 가상물리시스템(CPS), 수요·공급 예측 등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인 사례가 여럿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체 한국몰드는 열화상 검사 이미지 AI 분석을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금형 온도와 캐비티 정보 등을 수집하고, 검사 이미지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등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를 통해 회사는 생산성을 109% 향상하는 효과를 거뒀고 불량 모델을 100% 판별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차체용 부품을 만드는 오토젠도 AI 기반 비전 시스템을 도입했다. 프레스 공정 과정에서 금형 파손을 막기 위한 딥러닝 기반 불량 예측 모델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연간 금형 유지보수비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생산라인이 멈춰 있는 시간을 최소화시켰다. 가열로 내부에서 블랭크가 겹치면서 발생하는 금형 파손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거뒀다.

울산 학남산단은 AI 활용을 넘어 데이터 공유에 따른 효과도 보고 있다. 이미 10여개 기업에 시험 적용을 통해 마이 제조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 단계다.

온도·압력·진동 등을 수집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된 개별 기업 뿐만 아니라 울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 해당 설비의 상태를 함께 모니터링 함으로써 이상상태에 대한 빠른 감지와 대응이 가능해졌다. 서비스를 활용하는 모든 기업의 데이터를 통해 학습 데이터셋의 다양성도 확보해 다양한 결함에 대한 알고리즘 정확도도 높였다.

울산 학남산단의 사례처럼 특정 업종에서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얻은 제조 데이터는 KAMP에서 데이터 축적과 분석, 솔루션 개발을 거쳐 여타 산단에서도 활용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울산 학남산단에서 축적한 온도·압력·진동 등 데이터는 KAMP에서 규격화된 데이터셋으로 축적된다. 이렇게 수집한 제조 데이터는 정제·가공 등을 거쳐 AI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모든 화학업종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기부에서는 스마트공장 기업이 관련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연동하는 경우 이용료와 데이터 수집을 위해 채용한 직원의 인건비만큼을 기업부담금에서 감면해주는 등 마이 제조 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실증 작업·공유규범 마련·법 제정으로 마이 제조 데이터 시대 준비

양질의 제조 데이터 생성과 원활한 공유를 위한 실증 작업에도 착수했다. 현재 독일을 중심으로 국제표준화 논의가 추진되고 있는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 자산관리쉘) 표준에 기반한 데이터 수집·저장 체계를 국내 기업 대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번 실증을 통해 제조기업이 AAS 표준을 활용해 손쉽게 제조 데이터를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교육체계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공장의 제조 데이터가 각 분야·산업별 데이터와 융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타 플랫폼과 표준화 작업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공유규범 역시 마련한다. 제조데이터 정의와 범위, 거래요건, 이익배분 등을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인 제조데이터공유규범(MDSR)을 올해 중으로 마련하고 클라우드·데이터센터간 원활한 공유를 위한 국제규범 프로젝트 가이아엑스(GAIA-X)에도 참여해 국제 단위의 데이터 호환성도 논의하는 것이 목표다.

중소기업 제조 데이터 진흥기관 지정 등 제조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도 기반 마련 역시 동시에 추진한다. 중기부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제조 촉진과 확산을 위한 규제완화, 인프라 조성 등을 담은 제조혁신 관련 법률을 올해 중으로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에는 제조 데이터의 수집·분석·활용을 위한 지원체계 마련과 중소기업 제조 데이터 진흥기관 지정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등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디지털 클러스터를 특별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 역시 제정법에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KAMP를 통해 스마트공장에서 생성된 제조 데이터를 활용하고 그 이익을 다시 중소 제조기업에 환원하는 마이 제조 데이터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가는 것이 목표”라면서 “KAMP는 플랫폼에 참여한 공급기업에 양질 데이터와 경험을 비롯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해 AI·데이터 중심 스마트제조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